품종 개량하고 친환경 농법 도입… 청양 고추-구기자 ‘세계화’ 선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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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지역특구]
충남 청양-고추구기자 특구
GAP인증 구기자 90% 생산
기계화 대량 생산체계 구축
홍콩수출 등 해외시장 개척

청양 고추·구기자 특구 다목적 육묘장에서 푸른 고추모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청양 고추·구기자 특구 다목적 육묘장에서 푸른 고추모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인구 3만1000명의 충남 청양은 65세 이상 인구가 35%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그러나 유명한 고추 산지이자 1920년 국내 처음으로 구기자 재배를 시작해 이제는 고추와 구기자 전국적 집산지가 된 ‘강소(强小) 농촌’이다. 인구의 약 40%가 농업에 종사하며 고추 826ha, 구기자 78ha를 재배한다. 2006년 고추·구기자 특구가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된 후 15년간 꾸준히 투자해 고추와 구기자를 대표 농산물 브랜드로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최우수 지역특구로 선정됐다.

청양 고추·구기자 특구는 고추와 구기자의 품질 향상에 주력했다. 품종을 개량하고 친환경고추재배단지를 조성해 친환경 농법 등을 도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구기자의 90% 이상이 이 특구에서 나온다.

브랜드화가 이뤄지자 알싸하게 매운 청양고추를 즐겨 먹던 소비자가 청양고추를 더 많이 찾았다. 청양고추 생산액은 2017년 430억 원에서 2019년 540억 원으로 늘었다. 2013년 문을 연 청양군 다목적 육묘장(育苗場)에서는 우량 고추모를 생산해 육묘가 어렵고 이동이 힘든 고령자를 중심으로 농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2450농가에 100만 주를 공급했고 올해도 2300여 농가에 역시 100만 주를 전달했다.

지역특구 지정 후 농산물 가공제품 생산기반이 갖춰지고 판로도 다변화했다.

청양농협이 운영하는 청양고추가공공장은 농가에서 사들인 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 2009년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데 이어 올 1월 홍콩에까지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일오삼(처갓집양념치킨)과 업무협약을 맺고 100% 청양고추를 가미한 ‘고추치킨’을 출시해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농산물 판로 개척이 어려워졌을 때 배달음식 수요는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외식기업과 상생협력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홈쇼핑으로까지 판로를 넓혔다. 지난해 ‘고추데이’ 특집전을 통해 마른고추와 고춧가루를 3.3t 판매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다 일교차가 커서 구기자 재배 최적의 조건을 지닌 청양에서는 매년 전국 구기자 생산량의 약 65%인 120t을 생산한다. 이를 가공한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2013년 설립된 특화가공센터는 구기자 분말, 액상 같은 가공제품을 위탁생산한다. 원재료만 맡기면 가공제품 기획, 제조, 포장까지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 마케팅을 지원하고 체계적인 창업기업 육성정책도 제시한다. 또 지역특구의 17개 업체에서 구기자로 만든 차, 술, 한과 등 40여 가공제품을 생산한다. 구기자초콜릿 같은 가공식품도 연구 개발 중이다.

구기자 농가를 응원하는 체계도 촘촘히 짜여 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30억 원을 들여 구기자농촌융복합산업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구기자산지유통센터, ‘구기자 문화가 있는 농촌 공간’을 운영해 구기자 정예 농가를 육성하고 생산물을 유통하며 구기자 농업창업 육성 및 생활체험 프로그램을 실행할 계획이다. 구기자농촌융복합사업단을 구성해 농가를 조직하고 6차 산업 가능성을 모색하며, 구기자 품질표준화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실증시험도 벌인다.

청양 작물은 지난해 홍콩 수출 첫발을 디뎠다.
청양 작물은 지난해 홍콩 수출 첫발을 디뎠다.
청양 구기자는 지난해 6월 한국한인홍㈜과 업무협약을 맺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홍콩에 첫 수출됐다. 한국한인홍 홍콩 직영점 22개소에서 판매됐다. 구기자와 함께 고춧가루 표고버섯 밤 같은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 수출 100만 달러를 올렸다.

구기자 홍콩 수출이 의미 있는 것은 세계 구기자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의 주요 수출지역이 홍콩이어서다. 청양 구기자는 1960년대 일본에 수출되다 저가(低價)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에 밀린 아픔이 있다. 청양군은 소규모, 노동집약적 시스템으로는 구기자 세계화가 어렵다고 보고 규모를 키우고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할 생각이다. 중국산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시켜 해외시장 경쟁력을 갖추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맺은 ‘구기자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계기로 중국 닝샤후이(寧夏回族)족 자치구 중닝(中寧)현과 공동연구, 벤치마킹 등을 통해 교류, 협력할 계획이다. 중닝현은 24개 자체 브랜드의 가공제품 100여 종을 약 40개국에 수출하는 중국 최대 구기자 산지다.

청양은 2018년 이후 고추, 구기자 관련 공모사업(18개 사업, 778억 원 규모)과 민간 가공업체를 잇달아 유치한 것은 물론 관광산업으로도 확장시켰다. 청양 고추·구기자 축제는 2019년 관람객 19만4864명, 농·특산물 판매액 15억9700만 원을 기록하는 ‘명품 축제’가 됐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농·특산물 온라인 기획전’으로 대체됐는데 이 또한 상종가를 쳤다. 2019년 고추와 구기자 등 판매액은 약 9억 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5억3000만 원을 기록해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청양 공동 브랜드인 ‘칠갑마루’ 온라인 쇼핑몰 등에는 약 22만 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치솟았다. 이 같은 결과는 최우수 지역특구로 이어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업그레이드 지역특구#충남#청양고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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