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델타 변이’에 발목 잡힌 여당의 ‘역전 시나리오’

김지현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7-27 03:00수정 2021-07-27 06:2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지현 정치부 차장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으로 온통 시끌벅적할 때다. “4·7 재·보선 참패에 이어 혁신과 쇄신마저 야당에 밀리게 생겼다”는 당 안팎의 우려와 달리 개인적으로 만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여유가 넘쳤다.

“어차피 여름만 지나면 ‘이준석 할아버지’가 와도 게임 안 돼.” 이준석 대표가 실제 당선될 경우의 후폭풍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의 대답이었다. 그는 “7월이 지나면 이준석이든, 윤석열이든 전부 ‘백신 효과’에 묻힐 카드”라며 이렇게 말했다. 여름 동안 백신 접종 속도를 대폭 올려 추석엔 다들 마스크를 벗고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하고, 추석 연휴 전후로 다시 한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뿌리면 지금 같은 정권교체 여론은 금방 뒤집힌다는 ‘역전 시나리오’였다.

이준석 대표가 실제 당선된 직후 만났던 민주당 원내지도부 인사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작년 총선을 앞두고도 마스크 대란이 터져 다들 ‘여당 필패’라 했었다. 하지만 결국 해외 상황이 우리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국내 마스크 공급 문제가 해소되면서 180석 압승을 거두지 않았냐”고 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유권자들이 정부 여당에 화가 나 있지만 점차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벗으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자영업자에겐 서둘러 지원금을 지급하고, 부동산세도 어서 손봐서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낮춰주면 집 나간 토끼들도 다시 돌아온다”고 ‘희망회로’를 돌렸다.

지도부의 이런 ‘큰 그림’은 실제 그 직후부터 하나둘씩 현실화돼 갔다. 송영길 대표는 당내 파열음을 무릅쓰고 종부세 등 부동산세 완화를 당론으로 밀어붙였다. 6월 1일엔 윤호중 원내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며 재난지원금 논의를 공식화했다. 이후 여당 지도부와 주요 대선 주자들은 ‘하위 80%’까지만 지급하자는 정부의 거센 반발에도 전 국민 지급을 요구했다.

주요기사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들의 시나리오상엔 없었던 변수들도 속속 등장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달 7일 이후 20일째 하루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백신 병목’ 현상까지 겹치면서 예기치 못한 4차 대유행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7월만 지나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던 민주당은 거리 두기 단계 강화 속 결국 자신들의 대선 경선 일정까지 5주 미뤘다.

그동안 백신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미룬 채 ‘다른 나라보단 낫지 않냐’며 남의 불운을 위안으로 삼던 민주당은 이제 와서 또다시 방역 책임은 서울시 탓을, 국민들의 분노는 ‘가짜뉴스 때문’이라며 야당과 언론 탓을 하고 있다. 청해부대가 사상 초유의 집단감염으로 조기 귀국할 때도 “언론들이 ‘청해부대 방치’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정부를 비방했다”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전형적인 ‘잘되면 내 덕, 안 되면 네 탓’ 심보다.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힌 집권 여당의 ‘재집권 시나리오’가 앞으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막장 드라마도 욕하면서 다음 화 기다리듯 말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광화문에서#김지현#델타 변이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