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수단에서 극한경쟁으로… 인류가 흘린 ‘땀의 역사’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7-24 03:00수정 2021-07-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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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스포츠의 탄생/볼프강 베링거 지음·강영옥 옮김/528쪽·2만5000원·까치
◇도핑의 과학/최강 지음/332쪽·1만6800원·동녘사이언스
중국의 스타 수영 선수 쑨양은 지난달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도핑 검사 방해 및 회피 혐의로 4년 3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23일 개막한 도쿄 올림픽은 도핑의 유혹으로 얼룩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란 무엇일까. 아니, 스포츠는 언제부터 스포츠였을까.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한 인류의 조상들에게 오래 달리기, 도약, 던지기 능력은 필수로 갖춰야 할 조건이었다. 이 실력을 서로 겨루기 시작하면서 스포츠가 탄생했다.

신간 ‘스포츠의 탄생’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 사회학자 앨런 거트만은 스포츠를 일반적인 놀이와 구분했다. 스포츠는 보다 체계적이고 경쟁적이며 신체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자를란트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스포츠의 탄생 배경과 개념을 비롯해 고대 올림피아가 현대 올림픽으로 발전한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근대 올림픽의 전신인 고대 올림피아 제전과 범그리스 제전에는 ‘휴전(休戰)’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당시 페르시아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전쟁을 피하고 동맹을 유지해야 했는데, 스포츠가 그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것. 사람들이 여유시간을 누리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도 스포츠는 기사(騎士)를 앞세운 종목들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다.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부터는 부상이 난무했던 거친 경기들에 규칙이 세워지고 신체 단련을 위한 이론서가 발간되는 등 스포츠가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근대 초기부터 현대까지는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전문화, 상업화된 시기다. 저자는 서문에서 “스포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깊이 고민할수록 답을 찾기 어려워지는 질문”이라고 썼다.


도핑은 상업화, 세속화된 스포츠의 한 단면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도핑의 과학’ 저자는 신성한 경기장을 얼룩지게 한 도핑 사태의 역사를 다뤘다. 왜 선수들이 약물의 유혹에 빠지는지, 억울하게 도핑 판정을 받는 경우는 없는지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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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8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를 기억한다. 당시 은메달 3개를 획득한 헝가리 수영선수 라슬로 체흐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저자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기에 정상급 선수들은 도핑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사실 일부 도핑 판정 약물들은 일반병원이나 약국에서 일상적으로 처방되는 품목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의도로 약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도핑 판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감기약과 알레르기 및 천식 치료제에 많이 사용되는 에페드린 성분은 의도치 않은 피해자들을 낳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수영선수 릭 데몬트는 천식 약을 복용했다가 도핑 검사에서 에페드린이 검출됐다. 2000년 루마니아의 체조 선수 안드레아 라두칸은 37kg의 작은 체구로 인해 감기약 한 알을 먹고도 혈중 에페드린 기준을 넘겨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도쿄 올림픽이 막 시작된 지금, 스포츠의 세계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동맹수단#극한경쟁#도핑#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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