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가 할퀸 노동현장… “그럼에도 우리는 연대해야”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6-24 03:00수정 2021-06-2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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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연극 ‘스웨트’
일자리 잃고 표류하는 인간들, 극한 갈등 속 연대의 희망 찾아
미국의 작은 도시 레딩의 한 바에서 바텐더 ‘스탠’ 역의 배우 박상원(가운데)이 주민들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장면.국립극단 제공
상실은 창작의 원천이 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소도시 레딩에서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던 이들의 모습은 미국 극작가 린 노티지의 눈에 들어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인 그는 신자유주의에 희생된 레딩 노동자들의 삶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가 2017년 집필한 희곡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고 지난해 온라인 공연에 이어 18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국내 초연. 그는 콩고 여성들이 겪은 학대에 대해 쓴 희곡 ‘Ruined’(2007년)에 이어 이 작품으로 두 번째 퓰리처상을 받았다. 2019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노동의 상실을 말하는 이 작품은 안경모가 연출하고, 배우 박상원 강명주 송인성이 출연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먼 얘기 같지만 노사갈등과 실업 같은 보편적 이슈를 다뤄 무겁게 다가온다.

극은 미국 러스트벨트(미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일대 공업지대)의 쇠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 레딩의 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을 공동체가 매일같이 축제를 벌이고, 사교의 장으로 삼던 곳이다. 고된 노동에서 잠시나마 해방돼 노동자들에게 안식을 주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이곳은 노동자들의 다툼으로 황폐하고 폭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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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인 줄 알았던 이웃들은 노동자와 관리자로 나뉘면서 유대감에 균열이 생긴다. 그간 묵혀왔던 인종 갈등도 함께 폭발한다. 이들이 겪는 모든 갈등의 근원에 신자유주의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 무대 위 스크린에 방송 뉴스 화면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측과 격렬히 투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노조가 말을 듣지 않으면 사주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옮기면 그만이다.

노동의 상실과 함께 표류하던 사람들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작품 마지막에서는 대를 이어가며 갈등하던 젊은이 3명이 바에 모인다. 이전과 같은 폭력과 광기는 사라졌지만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열린 결말이지만 원작자와 안경모 연출가는 ‘그럼에도 우린 연대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다.

다음 달 18일까지, 2만∼5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국립극단#연극#스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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