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험없는 ‘원외’ 약진…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낮추자” 주장도

박민우 기자 입력 2021-06-14 03:00수정 2021-06-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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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선 당대표’ 이준석, 정치권 강타
“바야흐로 ‘0선(選)’의 전성시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전당대회 승리 후폭풍이 정치권에서 계속되고 있다. 여야의 차기 대선 주자 중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현역 의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거센 바람으로 현실화된 것”이라고 했다.

○ 기성 정치권 불신에 2030 분노까지 가세
이 대표는 서울 노원병에서만 세 번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 지사도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2008년 18대 총선 후보 경선에서 패하는 등 국회의원 선거와는 인연이 없었다. 윤 전 총장은 아예 선거 출마 경험 자체가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102석 제1야당의 수장이 됐고,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다른 대선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서울신문, 한겨레,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CJ ENM 등에서 일했던 이상록 전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을 대변인으로 내정하는 등 캠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만약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중 한 명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첫 ‘0선 대통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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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인사들의 약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13일 “대통령이나 정당의 대표가 되는 데 의원 경험이라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했다. 2016년 당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각각 당선된 것처럼 외국에서도 이미 시작된 흐름이라는 것.

여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전환 논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으로 촉발된 불공정 논란도 ‘0선’ 인사들의 약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입증된 사실은 기성 정치권에 불만을 느낀 2030세대가 스스로 정치 세력화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이 대표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 2030세대의 변화 요구는 향후 대선에서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흐름에 대해 “큰 기대만큼의 실망을 국민에게 안길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국회의원이 일종의 검증을 거치는 과정인데, 이를 건너뛰게 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경륜과 타협의 능력이 필요한데 그런 지도자들이 나올 수 없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 위기의 여권, “이대로라면 무난히 진다”
‘0선’ 인사들의 약진은 민주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선에 이기기 위한 젊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했다”며 “30년 반도체 전문가에게조차 ‘초선이 무슨 위원장이냐’ 하던 우리 민주당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의원은 새 지도부 선출 뒤 당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양 의원은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 무난히 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3일 이 대표 당선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청년정치가 마치 만능해결사 또는 만병통치약인 양 한껏 추켜세운다”며 “광풍”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시행착오와 좌절, 과오는 송두리째 부인되거나 폐기시켜야 할 것이 아니라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돌풍’을 계기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대선 주자들은 “현재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을 낮추자”며 개헌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현재 개헌 논의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힘을 빼고 국회에 많은 권한을 주자는 건데,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호응이 있겠느냐”며 “국회의원 경험이 왜 반감으로 이어지는지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국민의힘#이준석#0선 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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