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민 MC에서 보는 K컬처의 미래[알파고의 한국 블로그]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입력 2021-06-11 03:00수정 2021-06-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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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최근 다문화 엔터테인먼트 일을 하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의 성공 사례들을 하나하나 연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박진영(JYP)으로 알려진 바얀 막사트키지부터 브라질의 유명한 유튜브 음악 채널 콘드질라까지 상세하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그중 고향인 터키의 아준 을르잘르 스토리가 제일 와 닿았다.

아준은 20대 초반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사립방송국 쇼티비(Show TV)에 리포터로 취직한다. 10년 동안 열심히 리포터 활동을 하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리포터로 오려고 했으나 기자증이 나오지 않자 방송국 간부들에게 본인이 직접 PD가 되어 방송을 기획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아준이 MC이자 방송 PD로 직접 기획한 해외 답사 프로그램 ‘아준은 도피 중(Acun Firarda)’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방송으로 아준은 MC로도, 방송 PD로도 이름을 떨쳤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터키 젊은이들은 이 방송만 보고 시간을 보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성과에 용기를 얻은 아준은 2004년 본인의 이름으로 된 방송 제작 및 기획사 ‘아준 메디아(Acun Medya)’를 세웠다. 회사 사장으로서 새 출발을 한 셈이다. 그동안 ‘아준은 도피 중’으로 해외를 열심히 다녔던 아준은 해외에서 히트를 친 독특한 예능 방송들도 열심히 조사했다. 그래서 해외의 좋은 방송들을 터키에서 리메이크했고 서서히 터키 예능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2004년 미국의 ‘피어 팩터(Fear Factor)’를, 2005년 네덜란드 예능 ‘딜 오어 노딜(Deal or No Deal)’을 터키 스타일로 만들어 오면서 터키 방송계에서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이런 성과를 낸 아준 메디아 앞에 터키 방송국 간부들이 줄을 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국들이 앞다퉈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 달라고 아준을 설득하려 했으니 말이다.

다음 단계는 방송국 인수였다. 2013년 아준은 터키의 ‘TV8’을 인수했다. 당시 인기 없는 채널이던 TV8은 아준이 기획한 방송들로 몇 년 안에 터키의 주도적인 예능 방송국이 되었다. 아준은 여러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을 반복해 말했다. “하나는 운명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흥행한 예능을 터키 스타일로 다시 제작하면 된다.” 그래서 그는 늘 해외 방송들을 조사했다. 해외라는 말이 미국이나 영국처럼 문화 선진국들을 말한 것은 아니다. 아준은 인구 규모가 아주 작은 나라들의 예능 시장까지 조용하고 치밀하게 연구하고 있었다. 이렇게 터키 주요 채널의 대표이면서도 여전히 MC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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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준은 안주하지 않았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세워 2018년부터 해외 방송국에서 예능 방송을 제작하고, 외국 축구팀까지 인수했다. 현재 그리스에서 시청률이 높은 예능 방송들의 PD로도 알려져 있고 네덜란드에서는 축구단 포르튀나 시타르트 구단주다. 올해 1월에는 터키판 넷플릭스 ‘EXXEN’을 론칭했다. 3일 만에 회원수 50만 명을 모아 올해 말부터 영어 콘텐츠를 제작해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준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쓰는 이유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터키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미디어 회사가 등장할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CJ그룹이 터키 극장 사업자 갤럭시를 인수하며 상징적으로 진출했지만 아직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가수와 배우를 배출하고 성장시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구조가 주를 이룬다.

한국인 가수들, 배우들은 이미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제는 해외에서 성공하는 미디어 기업을 보고 싶다. 터키 미디어 기업이 유럽이나 남미에서 성과를 냈다면 한국이 못 할 일이 아니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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