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되기 거부하는 피터에 맞선 웬디 통해 나이 듦이 나쁜게 아니라는 걸 전하고 싶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6-10 03:00수정 2021-06-10 04:1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0일 개봉 영화 ‘웬디’ 자이틀린 감독
“영화 찍으며 31세서 38세 됐지만, 삶은 되레 더 풍부하고 흥미진진”
영화 ‘웬디’에서 주인공 웬디(왼쪽)와 피터(오른쪽), 동네 친구들이 배를 타고 네버랜드로 향하고 있다. 영화사 진진 제공

‘어른이 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네버랜드. 그곳에서 영원히 소년으로 남고자 하는 피터 팬에게 어른이 되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면? 발칙한 상상력의 주인공은 ‘비스트’(2012년)로 2013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선댄스영화제 촬영상,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벤 자이틀린 감독(39·사진)이다. 30일 개봉을 앞둔 그의 영화 ‘웬디’는 피터 팬 원작 속 웬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른 살에 비스트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 된 그는 웬디 제작에만 꼬박 7년이 걸렸다. 그동안 아역 배우 오디션을 위해 1500여 명의 아이들을 만나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찾아내기 위해 카리브해 바부다섬, 몬트세랫섬 등을 두루 돌아다녔다. 9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며 입을 열었다.

“피터가 이끌 법한 모험, 그가 선택할 법한 경험들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기보다 모험을 택했다. 네버랜드를 찾기 위해 세상 곳곳의 섬을 뒤졌고, 피터가 이 섬을 자유자재로 뛰어놀기를 바랐기에 촬영 장소 출신의 아역 배우를 캐스팅했다. 매일 촬영장에서 무언가 잘못됐고 이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자이틀린은 영국 극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가 1904년 발표한 연극 ‘피터 팬: 자라지 않는 아이’ 이후 100년 넘게 사랑받은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주요기사
“나이가 듦에 따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은 원작을 따랐다. 달라진 건 여성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다. 원작에서는 여성이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신작에선 웬디를 피터 팬에 반기를 드는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인물로 재창조했다. 모성 역시 원작처럼 취약한 게 아니라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힘의 원천으로 그렸다.”

피터 팬 역할에 유색인종을 캐스팅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주제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배우를 택하기 위해서였다.

“원작이 갖는 인종차별적 측면, 특히 식민지 관점에서 카리브해 섬을 바라본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이 지역 출신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영원히 소년이고 싶은 피터. 그에 맞서는 웬디. 자이틀린 감독은 어느 쪽을 택할까.

“어른이 되는 과정은 즐겁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 누리던 자유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삶은 오히려 더 풍부하고 흥미진진해진다. 나도 이 영화를 31세에 시작해 38세까지 찍으면서 나이가 들었다. 영화를 통해 나이 듦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걸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웬디#네버랜드#자이틀린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