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중재산 나눌 때, 사위도 며느리와 같은 몫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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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서 아들-딸-며느리에게만… 선산 도시개발 보상금 분배하자
딸-사위 “남녀 차별” 소송 제기… 재판부, 종중 결의 무효 판결

종중(宗中)의 재산을 아들, 딸, 며느리에게만 나눠주고 사위를 제외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재산을 주면서 딸의 배우자인 사위 몫이 없는 것은 남녀 차별”이라는 딸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수원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이평근)는 A종중 소속 딸과 사위들이 제기한 종중 재산 분배금 지급에 관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성 종원의 배우자에게만 분배금을 지급한 것은 사실상 남성 종원에게 여성 종원의 2배에 해당하는 분배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명백한 남녀 차별이므로 총회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경기도에 있는 A종중은 종중 소유의 선산이 도시계획 사업에 편입돼 2019년 368억 원을 보상받았다. 이후 정기총회를 통해 직계 자손인 아들, 딸 등 정회원과 준회원(남성 종원의 배우자)에게 5170만 원씩 보상금을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된 것은 준회원에 사위는 제외하고 며느리만 포함시킨 대목이다. A종중은 ‘준회원은 종손 자손을 양육해 종중의 번성에 기여하고 종제사를 모시는 남자 정회원의 법률상 배우자’라는 정관 규정을 근거로 며느리에게만 보상금을 나눠줬다. 이에 딸과 사위들이 총회의 결정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이 사위에게도 며느리와 같은 몫(5170만 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종중의 유지, 발전에 일부 남성 종원의 기여가 있다고 해도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한 남성 종원을 여성 종원보다 우대할 순 없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남녀 종원에게 동등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 제기는 종원만 가능해 사위들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면서도 종원인 딸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같이 판결했다.

이날 판결은 종중 재산 배분과 관련해 여성의 권리를 다시 한번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중 재산 배분에서 배제된 딸들이 “종중 회원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딸들에게도 재산을 나눠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종중의 재산을 두고 아들과 딸이 분쟁을 겪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며느리와 사위에게 재산을 나누는 사안에 대해 법원 판단이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법원#종중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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