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發 강북 재개발 훈풍, 재건축은 20년 물릴 수도”

김유림 기자 입력 2021-05-29 09:47수정 2021-05-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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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전문가 김제경이 말하는 ‘규제 완화, 투자 포인트’는? 
‘재건축·재개발 전문가’로 불리는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소장. 조영철 기자
5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서울에 주택 24만 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 시장 취임 후 재건축 단지 집값이 급등하자, 서울시가 재건축보다 집값 자극이 적으면서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재개발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이에서 투자를 고민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재개발·재건축 전문가’로 불리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으로부터 투자 전략을 들었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재건축은 규제가 강화된 반면, 재개발은 속도전으로 가는 분위기다.

2019년 민간재개발을 통해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로 재탄생한 장위5구역(왼쪽)과 2017년 서울시로부터 직권 해제된 장위9구역. [홍중식 기자] 장위9구역은 올해 3월 2차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분명히 온도차가 있다. 재건축은 주민들이 원해서 시작하는 사업인 데 반해, 재개발은 시도지사가 재개발구역을 지정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이미 지정돼 있던 재개발구역도 해제했다. 또 2015년부터 서울 시내에 신규로 지정된 재개발구역이 한 곳도 없다. 그동안 ‘재개발은 안 된다’며 포기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에 오 시장이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한다고 밝힌 만큼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거 같다.”

주거정비지수제는 무엇인가.

“박 전 시장이 도입한 것으로, 노후도와 주민 동의율 등 재개발 사업 요건의 문턱을 높인 제도다. 30년 이상 된 건물 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면서 연면적 60% 이상을 만족해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는데, 그동안 재개발이 중단된 지역에 신축 빌라가 들어서면서 연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현재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저층 주거지 중 법적 요건이 충족되는 구역은 전체의 약 50%에 달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재개발 가능 지역이 14%로 확 줄어든다.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되면 법적 요건만 충족해도 재개발구역 지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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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계획 수립 기간도 단축하겠다고 했다.

“통상 5년가량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 내로 줄이겠다는 게 서울시 측 생각이다. 기존에는 주민이 제안하고 자치구가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오래 걸렸는데, 앞으로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으로 정비계획을 빠르게 수립하겠다는 거다.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사업성 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기간 단축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주민 동의율 확인 절차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겠다고 한다. 정비계획 지정 단계에서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층고 규제는 어느 선까지 풀리나.

“서울시 조례를 통과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다. 오 시장은 2종일반주거지역 7층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전체 주거지역 중 43%가 2종일반주거지역인데, 그중 7층 규제를 적용받는 곳은 61%에 달한다. 이들 2종지역 7층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공공재개발이 화두인데, 민간재개발과 어떻게 합을 맞추느냐가 관건일 거 같다.

“오 시장도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추진하는 공공개발을 굳이 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재개발대로 가고, 추가로 민간재개발을 늘려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공공재개발도 직접시행자 방식, 공동시행자 방식 등 다양한데, 앞으로는 이러한 것들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현재 공공재개발로 지정된 곳들 중 1년 안에 주민 동의를 제대로 얻는 곳이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민간재개발이 대거 풀리면 공공재개발을 준비하는 곳들 역시 ‘우리도 민간으로 하자’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다.”

공공재개발 선정에서 탈락한 곳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으로 한남1구역을 들 수 있다. 3월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이자 알짜 지역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는 ‘탈락’이었다. 당시 주민들은 ‘이해가 안 된다’며 반발했는데, 앞으로 분위기가 바뀔 거 같다. 오 시장이 재개발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민간재개발 가능성이 열렸다. 국토부가 공공재개발로 미리 찜해놓은 곳들은 분위기를 잘 살펴봐야 할 거 같다.”

투기 방지 대책도 같이 발표했는데 투자 전 살펴볼 점은 무엇인가.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일을 주택 분양권리가 결정되는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해 공모일 이후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다세대 빌라를 신축해 ‘지분 쪼개기’를 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거다. 또 비경제적 신축 행위를 막는 건축허가 제한과 실소유자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같은 조치가 취해지는 만큼 섣불리 들어가선 안 된다.”

‘실거주 2년’ 요건 재건축 조합설립에 치명적

5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김 소장은 앞으로 강북 재개발 시장은 활기를 띠는 반면, 재건축은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시장 당선 후 일부 재건축 단지 호가가 3억~5억 원까지 오르며 급등세를 보이자 서울시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해 규제에 나섰다. 또한 잠실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등은 서울시로부터 재건축 심의에서 보완 요청을 받았다.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도 시에서 내놓은 지구단위계획안에 임대주택 등 공공성 요소가 대폭 강화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 봤을 때 재건축은 시장 의지만으로 되는 게 많지 않다”며 “특히 재건축은 집값 상승 요인이 다분한 만큼 서울시 역시 서둘러 진행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초기 단계와 현재 진행 중인 단지들의 온도차가 클 거 같다.

“일단 재건축은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전매 금지 기간, 2년 실거주 요건 등은 국회 소관이다. 이것들을 법으로 막고 있는 한 재건축은 쉽게 진행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 때 새로 생긴 ‘2년 실거주’ 요건은 치명적이다. 강남 모 아파트 단지는 거주자의 70%가 임대인이다. 집주인, 즉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30%밖에 안 되는 거다. 이 경우 재건축 추진 주민 동의율 75%를 채우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2년 실거주와 관련해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계속 유예되고 있지만, 국토부가 하겠다고 한 이상 언젠가는 될 거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시점이 곧 올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재건축지역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적어도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으로 가야 한다. 안전진단을 통과해 주민 동의를 모으는 곳은 ‘막차’ 정도는 된다. 안전진단도 통과 안 된 곳은 조합설립이 안 될 개연성이 크다. 오 시장 당선으로 후광 효과를 얻는 곳들이 분명 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파트 건축 연수가 30년이 넘었다고 우르르 몰려갔다가는 10년, 아니 20년도 물릴 수 있다.”

강북에 제2의 마포·옥수동 나와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들 분위기는 어떤가.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는 거 자체가 조만간 개발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성수전략정비구역은 한강르네상스 지역이었다. 조합설립인가까지 났지만 건축심의에서 박 전 시장이 반려를 해버렸다. 앞으로 오 시장이 건축심의를 통과시켜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압구정3구역도 최근 조합설립인가가 나서 기대해볼 만하다. 그런데 조합설립인가가 났다 하더라도 완공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나.

“재건축·재개발로 생활 여건이 좋아지는 것과 집값 상승을 같은 프레임으로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건축·재개발을 한다고 주택 수가 다 늘어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단일 재건축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전체 1만여 가구 중 일반분양은 1500가구밖에 안 됐다. 재개발 역시 13㎡(4평형), 16.5㎡(5평형) 하는 다세대 원룸을 82㎡(25평형), 109㎡(33평형), 148㎡(45평형)으로 넓혀야 하고 10여 개 호실을 지닌 다가구도 소유자는 1명이기 때문에 입주권은 1개밖에 안 나온다. 이처럼 주택 순증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집값은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낡고 허름했던 주택이 최신식 고층 아파트로 바뀌었는데 값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을 비롯해 많은 부동산 전문가가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건축·재개발은 왜 해야 하나.

“중위계층을 위한 아파트가 부족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이들을 위한 주택 수를 늘려야 한다. 바꿔 생각하면 만약 지금처럼 재건축·재개발을 묶어놓을 경우 살기 좋은 신축 아파트는 강남에만 존재하게 된다. 이 경우 강남으로 쏠림현상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똘똘한 한 채’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재개발·재건축을 묶는다는 건 강북은 ‘평생 그 모양 그 꼴로 살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최근 상전벽해를 이룬 마포나 옥수동처럼 강북에 이런 곳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재건축·재개발로 집값이 오르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집값 상승의 모든 원인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전문가가 비판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한 다주택자 규제로 신축 아파트 쏠림현상이 심해졌고, 가격도 비정상적으로 올랐다. 서울 강북에도 평범한 월급쟁이 중산층을 위한 쾌적한 환경의 뉴타운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1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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