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통일 시간표 짰다… 2027년 중국군 건군 100돌 맞춰 끝낼 것”[글로벌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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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충돌 치닫는 中-대만… 전문가들 전쟁 경고 잇따라
무력충돌 위험지수 7.21 최악
‘대만 통일’ 주장하는 中강경파
美-日-EU, 中협공 움직임 가시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의 모습. 시어도어루스벨트는 지난달 9일 제9항모전투단을 이끌고 대만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 통과 합동훈련을 펼쳤다. 다음 날 중국은 항공모함 ‘랴오닝’을 남중국해에 진입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 구축함인 ’머스틴’에 감시와 추격을 당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미 해군 트위터 캡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의 모습. 시어도어루스벨트는 지난달 9일 제9항모전투단을 이끌고 대만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 통과 합동훈련을 펼쳤다. 다음 날 중국은 항공모함 ‘랴오닝’을 남중국해에 진입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 구축함인 ’머스틴’에 감시와 추격을 당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미 해군 트위터 캡처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상치 않다. 2016년 반중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집권한 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줄곧 악화했고 한 해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관계 또한 악화일로를 걸었다. 올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등장한 후에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대만 사안을 놓고 중국을 협공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22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사상 최초로 대만 사안을 언급했고, 지난달 16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1969년 이후 52년 만에 대만이 등장했다. 중국 또한 “내정 간섭을 즉각 중단하고 언행을 조심하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대만해협에서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맞는 2027년, 즉 6년 후를 목표로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한다. 홍콩의 중국 정치 전문가 쑨자예(孫嘉業)는 8일 밍보 기고문에서 “중국이 2027년 대만 통일을 위한 시간표를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대만해협 무력충돌 위험지수 7.21
대만을 둘러싼 군사충돌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싱크탱크 중국양안아카데미의 보고서를 인용해 ―10부터 10까지 범위에서 현재 대만해협의 무력충돌 위험지수는 7.21이라고 밝혔다.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蔣介石) 초대 대만 총통이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직후의 위험지수인 6.70보다 높다. 중국양안아카데미 역시 “현재 양안 관계가 전쟁 직전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또한 최근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대만”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강경파들은 노골적으로 대만 침공을 주장한다. 장원무(張文木) 베이징항공항천대 전략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현재 중국의 주변 상황이 역사상 가장 좋다.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조건이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고 외쳤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胡錫進) 관영 환추시보 총편집인 역시 웨이보에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섬 상공으로 날아오르기 일보 직전”이라고 가세했다. 비둘기파 또한 전쟁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 내 최고의 미중 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교수 또한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일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점쳤다.

미국 또한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필립 데이비드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9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6년 안에 대만을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일 상륙훈련 벌이는 인민해방군
인민해방군 또한 연일 대만 상륙을 가정한 훈련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해군 전력 증강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달 23일 중국은 창정(長征)18호, 하이난(海南)함, 다롄(大連)함 등 신형 전함 3척이 동시에 취역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취역식에 참석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루에 3척의 신형 전함이 동시에 취역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다분히 대만 상륙작전을 염두에 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신형 전함의 유형을 밝히지 않았지만 환추시보 등 관영 매체들은 창정18호가 최신형 전략핵잠수함, 하이난함은 075형 강습상륙함, 다롄함은 1만 t급 055형 구축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난함은 ‘헬리콥터 항공모함’으로도 불리는 경항공모함이다. 헬리콥터 여러 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고, 수륙양용 장갑차와 전차 등도 실을 수 있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선봉에 나설 부대로 인민해방군 ‘제73집단군’을 꼽는다. 동부전구 산하 육군 부대 중 유일하게 대만해협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례적으로 이 부대의 상륙작전 훈련을 방영했다. 수륙양용 장갑차가 등장했고 공중에선 헬리콥터가 적의 후방에 낙하산 부대를 투하했다. 누가 봐도 대만 상륙을 가정한 훈련이어서 “중국이 대만에 언제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군의 행보 또한 심상치 않다. 중국은 지난달 12일 J-16 전투기 14대, J-10 전투기 4대, H-6K 폭격기 4대, Y-8 대잠기 2대, KJ-500 조기경보기 등 군용기 총 25대를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영공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총 5704대로 2019년보다 1563대가 늘었다. 언제든 양측 전투기가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긴급사태 대비하는 日
일본은 이미 대만 긴급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대만 안정’은 북한 핵 위협 못지않게 중대한 과제로 꼽힌다.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의 거리가 110k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언론은 7월 발표될 2021년 방위백서에서도 일본 정부가 최초로 대만 문제를 적시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청나라로부터 대만을 넘겨받아 1895∼1945년까지 50년간 대만을 식민지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27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수뇌부와 화상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명시한 것도 사상 최초다.

일본 내에서는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대만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군사충돌을 벌이면 중국이 오키나와 등 주일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고, 일본 본토 또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보수파들이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때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에 따라 일본이 전쟁에 참여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국의 해군 장성급인 해상자위대 동부방면총감을 지낸 와타나베 요시카즈(渡部悅和) 씨는 지난해 저서 ‘대만 유사와 일본의 안전보장’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한국이 중국 진영으로 넘어가면서 대만이 일본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됐다”며 “일본의 안보 축이 ‘일미한’(한미일)에서 ‘일미대’(일본 미국 대만)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위대 또한 대만 중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지난달 17일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을 찾았다. 오키나와 일대에서도 대만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기시 방위상은 이 섬의 자위대를 시찰한 뒤 “대만 안정은 일본 안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권 자민당 또한 24일 ‘격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위한 제언’을 정리했다. 핵심 내용은 대만에 (전쟁 같은) 유사 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방위비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민당은 조만간 스가 총리에게 이 제언을 제출하기로 했다.

○美中 모두에 대만은 ‘핵심’
대만은 중국에도, 미국에도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중국에 대만은 19세기 말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홍콩 등을 빼앗겼던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는 마지막 과업으로 인식된다. 특히 2012년 말 집권 후 내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주창하고 있는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을 이뤄내 종신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대만을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 등 분리독립 움직임이 심한 여타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 올해 선거제 개편 등을 통해 이미 홍콩은 사실상 중국 본토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155년간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의 ‘완벽한 중국화’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만큼 대만 또한 ‘하나의 중국’ 아래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도 대만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요충지다. 대만해협은 남중국해와 연결되고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중국과 국경 분쟁을 빚고 있는 인도는 물론이고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4개국 협의체)를 구성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쿼드 4개국의 안보에도 대만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남중국해 연안 국가와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쿼드 4개국에 이들까지 가세하면 바닷길을 완전히 잃는다. 미국 또한 대만을 지켜내지 못하면 20세기부터 ‘자유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해 온 세계 최강대국의 위상이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추도 급속하게 중국으로 기울면서 최강대국 자리를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3대 상황’ 닥치면 中 반드시 침공
현실적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은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중국의 군사력은 대만을 압도한다. 2019년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군 병력은 102만 명, 대만군은 14만 명이다. 전차는 중국 5800대, 대만 800대이며 전투기는 중국 1500대, 대만 350대다. 폭격기는 중국이 450대를 보유한 반면 대만은 한 대도 없다.

그렇다 해도 길이 약 400km, 너비 150∼200km에 달하는 자연방벽인 대만해협을 넘어 대만을 공격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대만 뒤에는 미국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자리한 수십 척의 미 항모전단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상당한 도박이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엄청난 제재가 뒤따를 것도 자명하다.

그럼에도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3대 상황’에 직면하면 반드시 대만을 공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대만의 독립이다. 대만이 현재 국호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을 버리고 ‘대만(Taiwan)’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둘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미국이 다시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는 것이다.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독립 국가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뜻해 양안 관계의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마지막으로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중국보다 우월한 무기, 즉 ‘F-35’ 스텔스 전투기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최신식 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올해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고 시 주석의 집권 10주년인 내년에는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열린다”며 “실제 군사 침공 가능성을 떠나 국민들에게 ‘서방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도 대만을 향한 중국의 위협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김기용 kky@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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