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비행기보다 빠르다? 미래의 교통수단, 하이퍼루프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5월 27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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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서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바꾸자면 ‘이동성’이라는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많은 수가 모빌리티 기업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들과 서비스를 콕 집어서 소개해드립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처음 들어보는 MaaS, 거기에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관련 기업까지! 모빌리티 인사이트에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알기 쉽게 전해드립니다.

최근 뉴스 경제면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누굴까요?

아마 일론 머스크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그 일론 머스크 덕분에 미래 교통수단으로 떠오른 모빌리티 이야기를 해보죠. 바로 ‘하이퍼루프’입니다.

출처: 테슬라
출처: 테슬라

하이퍼루프는 거대한 튜브 속으로 기차 객량과 같은 캡슐을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개념입니다. 공상과학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본 적이 있겠죠.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던 이 개념을 현실로 옮기겠다고 한 것이 바로 일론 머스크입니다. 지난 2013년, 하이퍼루프 구상을 공개했어요. 하이퍼루프의 터널 내부는 진공상태에 가까워 공기저항을 아주 적게 받죠. 때문에 기존 기차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기부상열차처럼 사람이 탑승한 포드(Pod)를 공중에 띄우고, 자력이나 공기압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이동시키는 거죠. 사실 달린다는 것보다 총알처럼 ‘쏘는’ 느낌이 강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 하이퍼루프로 무려 1,200km/h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발표했거든요.

출처: 버진하이퍼루프
출처: 버진하이퍼루프

일론 머스크 예상대로라면 거의 음속(1,224km/h)에 가까운 속도네요. 다소 허무맹랑한 소리 같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먼저 어느 나라에서 이 하이퍼루프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하이퍼루브 개발에 가장 열을 올리는 나라,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은 이동수단으로 주로 자동차나 비행기를 사용합니다. 기차가 없는 건 아니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기차인 앰트랙(Amtrak)은 낡은데다 느리기로 유명해요. 하이퍼루프를 구상대로만 완성한다면, 철도를 건설하는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속도는 비행기보다 빠르죠. 미국이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하이퍼루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에너지 소비도 적습니다. 이렇게 빠른데 에너지 소비가 적다니…, 신기하죠? 튜브, 그러니까 터널 안을 진공 상태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찰이 일어나지 않으니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가 없죠. 튜브 속에서 이동하기 때문이나 눈이나 비 등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아, 지진은 제외하고요.

전세계로 눈을 돌려 본다면, (하이퍼루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도심지역의 인구집중현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심으로 몰릴수록 자동차는 많아지고, 이로 인해 교통은 혼잡해지죠. 미세먼지나 공해 증가 등 환경적인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이런 복잡한 도로를 피해 튜브 속에서 움직이는 하이퍼루프는 교통 혼잡이나 공해 발생에서도 자유롭죠.

저렴하고, 빠르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관심 없다는게 이상하겠죠.

그야말로 ‘미래의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제로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건설 비용은 기존 고속철도의 1/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만들려면 1,000억 달러(한화 약 111조 원)가 필요하지만, 하이퍼루프로 건설하면 60~100억 달러(한화 약 6조 6,000억 원 ~ 11조 1,000억 원)로 줄일 수 있답니다.

속도는 연구하는 회사나 구간, 기종마다 차이있지만, 대부분 최고속도는 1,000km/h이상입니다. 미국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갈 때, 자동차로는 6~7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하이퍼루프를 이용한다면? 35분이면 된다네요.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원이 공개한 미래 조감도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원이 공개한 미래 조감도

하이퍼루프는 지상에 튜브를 건설하는 경우, 상단에 태양열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자체 조달한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비용 부담은 더욱 줄어들겠죠. 또한, 이동물체가 튜브 안으로 다니기 때문에 기존 기차가 겪는 야생동물 충돌사고나 탈선 등의 사고도 없습니다. 빠르지만, 오히려 안전하다는거죠.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고 있나요?

미국의 주요 기업으로는 일론 머스크가 CEO인 The Boring Company와 함께 Hyperloop Transportation Technology(이하 HTT), 버진 하이퍼루프(Virgin hyperloop) 등이 있습니다. 유럽에는 Hardt Hyperloop가 있고요. 캐나다의 Transpod, 스페인의 Zeleros도 하이퍼루프를 개발 중이죠. 미국의 후발주자 업체인 아리보(Arrivo)는 조금 느리지만 저렴한 하이퍼루프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느리다는 속도가 257km/h 수준이지만요.

오늘은 이 중에서도 ‘버진 하이퍼루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까 합니다.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많은 회사 중에 버진 하이퍼루프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태운 유인 시험주행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10월인데요. 라스베이거스 근처 네바다 사막에서 하이퍼루프 XP-2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버진하이퍼루프 CEO인 조시 가이걸(Josh Giegel)과 이사인 사라 루키언(Sara Luchian)을 태우고 500미터 트랙을 시속 172km로 안전하게 완주하는 데 성공했죠. 발사 직후부터 시속 172km에 도달하는 데에는 불과 6.25초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라 루키언은 탑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멀미를 포함해서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라고 전했고요.

유인 시험 주행에 참가 중인 버진 하이퍼루프 임원,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유인 시험 주행에 참가 중인 버진 하이퍼루프 임원,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물론 최종 목표 속도인 1,200km/h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실제 사람을 태우고 주행할 수 있다는 안전성을 어느 정도 검증한 셈입니다. 하이퍼루프가 더 이상 상상 속 기술이 아니라는 거죠.

버진 하이퍼루프는 대규모 투자도 꾸준히 유치했습니다. 지난 2014년 ‘하이퍼루프 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뒤, 3년만에 총 2억 4,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죠. 지난 2017년에는 버진그룹이 8,5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기업명을 ‘버진 하이퍼루프’로 바꿨습니다. 현재까지 총 8번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3억 6,840만 달러(한화 약 4,135억 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대략적인 설명은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네요. 버진 하이퍼루프의 하이퍼루프는 어떻게 생겼나요?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버진 하이퍼루프는 터널 모양의 길인 ‘튜브(Tube)’와 승객들이 탈 수 있는 ‘포드(Pod)’로 구분합니다. 포드는 캡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버진 하이퍼루프가 개발하는 포드는 ‘페가수스’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최대 23명을 태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테스트용 페가수스 무게는 2.5톤이고 길이는 약 4.5~5.5m 정도입니다. 캡슐 후면에는 4개의 추진 기관이 붙어 있습니다.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튜브 내부는 진공에 가까운 기압 환경을 유지합니다. 자기 부상 추진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죠. 현재 시속 1,000km까지 단 5분 안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완전히 전기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튜브 상단에 태양열 발전기를 부착해서 친환경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죠.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출처: 버진 하이퍼루프

앞으로 버진 하이퍼루프는 자동화된 운영 시스템을 목표로 합니다. 사람이 통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방식이죠. 센서가 포드 위치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밀리초 단위로 조정해 포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한 시간당 1,000명 이상 수송할 수 있다네요. 앞으로 2025년까지 안전 인증을 받고 2030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유인 시험운행까지 진행되었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우리나라에서도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고 있나요?


미국에서는 민간기업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다른 모양이지만,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는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신교통혁신연구소에서 한국판 하이퍼루프(HTX)와 초고속 캡슐 트레인을 개발 중이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도 지난 2017년 하이퍼루프 ‘U-Loop’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포스코 역시 하이퍼루프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타타스틸 유럽(TSE, Tata Steel Europe)과 하이퍼루프용 소재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죠.

지난 2020년 포스코와 타타스틸 유럽이 영상으로 협약을 체결한 모습, 출처: 포스코
지난 2020년 포스코와 타타스틸 유럽이 영상으로 협약을 체결한 모습, 출처: 포스코

아직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안전’입니다.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야생동물과 충돌사고는 없더라도, 날씨로 인한 튜브의 열 팽창과 진공 상태 유지를 위한 기압차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폐쇄적인 튜브 환경과 빠른 속도로 인해 하이퍼루프 튜브나 포드의 상태를 항상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죠.

기존 기차는 사고나 고장이 나면 운행을 멈추고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이퍼루프는 튜브는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경우 호흡 곤란 등을 겪을 수 있죠. 이 밖에도 차량 부양기술, 가속기술, 정지기술, 에너지 효율화 기술, 승객 탑승 편의성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아직 많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과제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발은 꾸준합니다. 당장 버진 하이퍼루프의 유인 시험운행 성공사례도 있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도 1kg짜리 축소 모형이기는 하지만, 시속 700km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비행기 발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은 언제나 안전이나 다른 문제들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우려를 불식하고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죠. 하이퍼루프가 비행기와 같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직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는 상황이죠. 하지만, 상상해볼 수는 있잖아요. 서울에서 점심시간에 부산의 국밥을 먹고 오는 모습 정도는 말이죠.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선임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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