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조각가, 동물애호가, 평화주의자… 피카소를 ‘입체적’으로 만난다

손효림 기자 입력 2021-05-17 03:00수정 2021-05-17 03:0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입체파 거장 피카소展
‘한국에서의 학살’ 국내 첫선… ‘게르니카’ 등과 3대 反戰 작품
집에서 개-염소 길렀던 피카소, 동물 소재 조각과 도자기 ‘눈길’
화사한 아들 그림엔 애틋한 父情
파블로 피카소, 정면 측면 얼굴과 두 올빼미 장식으로 두 개의 손잡이가 달린 꽃병. 1961, 백토에 유약 ⓒ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Korea)
도예가, 평화주의자, 동물 애호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여러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5000여 점 가운데 11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피카소 단일 작품 전시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특별전 작품들의 추정가는 모두 2조 원가량 된다.

피카소는 버려진 재료로 작업하기를 즐겼다. 나무판, 마분지, 천, 끈을 붙이고 색칠한 부조 ‘기타와 배스병’은 현대 조각사에 한 획을 그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보험가액이 800억 원으로, 이번 전시에서 보험가가 가장 높은 작품이다.

파블로 피카소, 기타와 배스병. 1913, ⓒ 2021 - Su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꽃병, 물항아리, 접시 등 도예 작품도 눈길을 끈다. 피카소는 수천 점의 도자기를 만들었지만 국내에서 볼 기회는 드물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피카소의 도자기 110여 점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포도송이와 가위로 장식한 사각 접시’는 멀리서 보면 포도알이 볼록 튀어나온 것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손가락으로 오목하게 누른 뒤 색을 칠해 입체감을 자아낸 작품이다. 피카소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마을이나 다른 어디에서나 여인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갈 때 내가 만든 물병을 들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자기가 지닌 대중적 예술성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주요기사
6·25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고발한 ‘한국에서의 학살’은 1951년 제작된 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스페인 내전 때 프랑코 정권의 사주를 받은 나치의 양민 학살을 비판한 ‘게르니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한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3대 반전 작품으로 꼽힌다. 다만 ‘한국…’에서 군인들의 국적을 나타낸 표식은 없다. 이에 대해 피카소는 “전쟁의 모습을 표현할 때 나는 오로지 ‘잔혹성’만을 생각한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 군인들의 군모와 군복 같은 것들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파블로 피카소, 피에로 복장의 폴. 1925, 캔버스에 유화 ⓒ 2021 - Succe 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동물을 좋아해 개, 염소 등을 많이 키운 피카소는 도자기, 조각, 유화에도 비둘기, 고양이, 올빼미, 염소, 개를 자주 담았다. 임신한 염소 조각과 비둘기 도자기에서는 반전 그림과 함께 평화에 대한 피카소의 염원을 느낄 수 있다.

피카소 하면 떠오르는 입체파 유화들도 있다. 28세 연하의 연인 마리 테레즈를 그린 ‘마리 테레즈의 초상’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여인’ ‘창문 앞에 앉아 있는 여인’은 나란히 걸려 있다. 셋 다 1937년에 그렸지만 ‘마리…’는 화사한 색상으로 젊고 아름답게 표현한 반면 ‘팔짱을…’은 우울한 분위기에 초록색과 파란색 줄무늬를 사용해 감옥에 갇힌 듯하다. ‘창문…’은 슬픈 얼굴의 백발노인으로 그려 작품별로 마리 테레즈에 대한 피카소의 감정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피카소가 사랑한 여인 가운데 사진작가 도라 마르를 그린 작품도 있다. 러시아 발레리나인 첫 부인 올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아들을 밝고 당당하게 그린 ‘피에로 복장의 폴’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읽을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1일 개막한 뒤 하루 3000명 넘는 관람객이 몰려 전시장은 매우 북적인다. 평일에는 전시장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에 맞춰 가거나, 오후 5시 이후에 방문하면 비교적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오후 7시 폐관). 주말, 공휴일에는 개관 전 길게 줄 선 이가 많아 오후 5시 넘어 가는 게 좋다. 8월 29일까지. 1만1000∼2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피카소#특별전#한가람미술관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