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인이 양모 살인죄 무기형, 아동학대 근절 위한 첫발일 뿐

동아일보 입력 2021-05-15 00:00수정 2021-05-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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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아동단체와 시민들이 양모의 사형구형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법원이 어제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 장모 씨에게 “비인간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하며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피해자는 입양된 후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잔혹한 가해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공포심을 겪다가 피고인에 의해 마지막 생명의 불씨마저 꺼져갔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어 “정서적 학대뿐만 아니라 상습적인 신체적 학대도 자행했고, 급기야 발로 복부를 밟는 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기에 이르렀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재판 과정에서 양모가 정인이를 발로 밟아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파열됐다고 증언했고, 재판부도 이를 인정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게 드러나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줬다”며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범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잘못을 철저히 참회할 기회를 갖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양부 안모 씨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해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인이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자 정부와 국회는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연 2회 이상 접수되면 가해자로부터 7일간 분리하는 ‘즉각 분리’ 제도 등이 시행됐고,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해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람을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입양한 두 살배기 딸을 때려 의식불명에 이르게 한 30대 양부가 최근 구속되는 등 아동학대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단속과 피해아동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예로 피해 아동을 부모에게서 분리해도 이들을 수용할 아동쉼터가 전국 76곳에 불과해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또 가정 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아동학대 범죄의 특성상 강력한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모두 막기 어렵다. 아동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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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양모#살인죄#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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