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골든글로브 보이콧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5-14 03:00수정 2021-05-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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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인 주인공 제리(톰 크루즈)는 풋볼 선수와 우정을 나누며 그를 스타로 키웠다. 선수가 극 중 했던 말 ‘돈을 내놔(Show me the money)’는 세계적 유행어가 됐고 크루즈는 그해 제5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랬던 크루즈가 지금까지 받은 이 상의 트로피 세 개를 최근 반납했다. 공정을 내던지고 ‘쇼 미 더 머니’만 해 온 골든글로브 측에 대한 보이콧이었다.

▷1944년 시작돼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상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 1996년부터 시상식을 중계해 온 미국 NBC가 내년부터 중계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어 워너미디어와 넷플릭스 등 주요 제작사와 스타들의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다. NBC는 골든글로브가 개혁을 추진해야만 중계 재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2월 골든글로브의 부정부패가 폭로됐다. 주최 측인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의 협찬을 받아 프랑스로 호화 여행을 다녀오고 곳곳에서 검은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골든글로브의 부패는 역사가 깊다. 1982년 여배우 피아 자도라의 신인상 수상 이면에는 그의 억만장자 남편이 협회 회원들을 라스베이거스로 초청해 벌인 초호화 파티가 있었다. 당시 미 CBS는 그 일로 시상식 중계를 중단했고, 자도라는 이듬해 골든 라즈베리상(최악의 신인상)을 받았다.

▷할리우드에서는 골든글로브상을 경박하게 여기는 시선이 많다. 최근엔 인종과 성 차별, 혐오와 편견 등 각종 논란도 빚는다. 협회의 끼리끼리 클럽 문화가 그들의 다양성 감수성을 낮게 만든 탓이다. 협회 회원 87명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2월에 밝혀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골든글로브의 종말을 고하는 #TimesUpGlobes 운동이 벌어졌다. 현재 미국의 주요 배우 10명 중 4명은 백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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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가 가진 힘의 비결은 돈이다. 1990년대에 수익원을 찾던 NBC가 생방송 중계에 눈을 돌렸을 땐 이미 CBS가 그래미상, ABC가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중계하고 있어 골든글로브의 파트너가 됐다. 골든글로브는 NBC가 매년 500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리고 넷플릭스 같은 신흥 미디어가 명성을 쌓는 플랫폼이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이 이번에 보이콧을 했다.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의 명대사가 있었다.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 줘요(You complete me)”. 꼰대문화와 돈맛에 물들었던 골든글로브가 다양한 인종과 가능성을 포용해 부족함을 채워 나가야 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골든글로브#보이콧#제리맥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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