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관 등 130명 원인불명 뇌손상… CIA, 미스터리 추적 나선다

조종엽 기자 입력 2021-05-14 03:00수정 2021-05-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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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근무 외교관-CIA 직원 등 피해… 열-압력 느낀뒤 메스꺼움-두통 엄습
당초 알려진 60명보다 훨씬 많아… 국방부등 일각 ‘러시아 공작설’ 제기
트럼프땐 “외국소행 근거 없다” 뭉개… CIA “빈라덴 잡을 때처럼 역량 동원”
쿠바 아바나, 중국 광저우 등 해외에서 근무하는 미국 관리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뇌 손상을 입는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가 그동안 알려진 것의 2배 이상인 130여 명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이 같은 피해 발생지도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9·11테러 주모자 오사마 빈라덴 추적에 투입했던 만큼의 역량을 동원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나섰다.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의 대부분은 CIA나 국방부, 국무부 등 정보나 외교안보를 다루는 관리와 그 가족 등인 것으로 알려져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전·현직 관리들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미스터리 뇌 손상’을 겪은 미 첩보원과 외교관, 군인이 속출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 주재 CIA 요원 최소 3명 이상이 이런 증세를 호소해 귀국한 뒤 미국 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 중 일부는 광범위하고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뇌 손상을 입었고 고통도 심각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우려가 있다고 의료진들이 우려했다.

그동안 미스터리 뇌 손상 피해자는 6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6년 이후 이런 증세를 보인 관리들이 130명을 넘는 것으로 최근 보고됐다. 2019년 해외에서 복무 중이던 한 장교는 교차로에 차량을 세웠는데, 이내 엄청난 메스꺼움과 두통을 느꼈다고 한다. 뒷좌석에 앉은 두 살배기 아들도 울기 시작했다. 장교가 교차로에서 빠져나오자 메스꺼움은 사라지고 아이도 울음을 그쳤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미 정보당국이 발칵 뒤집혔다고 NY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아바나 증후군’에 대한 조사에 별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실체 규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관련 정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CIA는 최근 특별조직을 만들어 이런 사건의 발생 경위와 배후세력을 조사하는 데 착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빈라덴 추적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엄정함과 강도로 CIA 특별조직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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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에 따르면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는 공통적으로 소리나 열, 압력 등을 느낀 이후 현기증, 메스꺼움, 머리·목 통증을 경험했다. 2016년 쿠바 근무 대사관 직원들이 이상한 소리에 시달리다 원인 불명의 뇌 손상과 청력 손실 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바나 증후군이 처음 알려졌다. 이듬해엔 광저우와 상하이 주재 외교관과 가족들이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 같은 해 러시아 등을 여행한 CIA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9년엔 워싱턴 인근 노던버지니아에서 개와 함께 산책하던 백악관 직원이, 지난해에는 백악관 남쪽에서 NSC 관계자가 아바나 증후군을 경험했다.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미 국립과학원은 지난해 12월 피해자들이 마이크로파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사건이 러시아군 정찰총국(GRU)의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여러 정보기관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러시아는 ‘아바나 증후군’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美외교관#원인불명 뇌손상#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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