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무용 ‘대전십무’, 대전 대표 문화상품으로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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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습-설화-인물 등 10개 소재 기반
춤으로 풀어낸 ‘도시 창작 콘텐츠’
대전의 정체성 알리는 데 효과적

대전의 10개 풍습과 설화, 인물과 명소 등을 주제로 창작된 ‘대전십무’ 중 유성학춤 장면. 정은혜민족무용단 제공
대전의 10개 풍습과 설화, 인물과 명소 등을 주제로 창작된 ‘대전십무’ 중 유성학춤 장면. 정은혜민족무용단 제공
“무용 의상이 땀에 절고, 낡고 삭아서 갈아입을 때 찢어집니다. 그래도 대전을 알리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지금까지 왔죠.”

9일 오후 9시경 대전시립연정국악원.

2시간 동안 진행된 정은혜민족무용단의 ‘대전십무(大田十舞)’ 공연이 끝나자 대전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기립박수가 나왔다.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 회장)은 “우리 지역에 이런 무용단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한은경 전 대전예고 교감은 “대전 이야기를 무용으로 집대성한 데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대전십무는 대전의 풍습과 설화, 인물과 명소 등 10개 소재를 바탕으로 정은혜 충남대 교수(무용학과·사진)가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시절 제작한 창작무용. 전국 유일의 뿌리공원을 모티브로 태초 대전의 모습을 그린 ‘본향’을 비롯해 ‘계족산 판타지’, ‘갑천, 그리움’, ‘유성학춤’, ‘대바라춤’, ‘한밭규수춤’, ‘대전양반춤’, ‘취금헌무’, ‘호연재를 그리다’, ‘한밭북춤’ 등 10개 키워드로 구성됐다.

평론가 최윤영 씨는 “한국적 색채가 짙게 배인 창작품이면서도 춤이 한 도시를 상징하는 콘텐츠로 완성된 최초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평론가협의회 ‘최우수예술가상’(2014), ‘김백봉예술상’(2016), ‘2018 무용예술상’, ‘PAF 베스트춤 레퍼토리상’(2021) 등도 수상했다.

특히 공연 중에 나타난 한국 춤의 낭만과 정취가 잘 녹여진 무대와 의상, 레이저 영상과 음악, 코믹한 마임과 웅장함까지 보는 이의 재미도 넘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공연 후 60여 명의 단원과 스태프는 허탈감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날 2차례 공연 이외에 어떠한 공연 계획도 잡혀 있지 않기 때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정 교수는 12일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은 대전시 보조금에 힘입어 치러냈지만 앞으로는 깜깜한 상황이다. 단원들에게 열정만 요구하기엔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 교수는 지역 상공인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공연장에 꼭 한 번 와 달라”고 하소연했다. ‘관람하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기대할 만한 반응은 없었다고 한다.

이날 인터뷰 때 정 교수의 표정은 과거 대통령상과 최우수예술가상, 한빛대상 수상 때와는 사뭇 달랐다.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대전십무는 지금까지 시민들이 볼 수 없었던 대전의 모습을 예술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민에게는 자부심, 외지인에게는 대전의 정체성을 알리는 문화상징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대전시의회 홍종원 행정자치위원장은 “정말 자랑스럽다. 내년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등에 선보여 세계인에게 대전을 알릴 기회를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3일부터 9월 18일까지 매일 오후 3시 유튜브(정은혜무용단)에서 방영된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창작무용#대전십무#문화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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