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자살률 최악’ 인천시, 최근엔 최우수지역 된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3일 15시 01분


코멘트
인천시 사진제공. 동아일보 DB
인천시 사진제공. 동아일보 DB
‘자살률 10만 명 당 31.7(2011년)에서 26.9명(2019년).’

인천시가 2011년 전국 광역시 가운데 최악의 자살률을 기록했으나 요즘 전국에서 자살률 감소 최우수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2011년 시 산하 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하고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다양한 자살예방사업을 펼친 결과다. 3월부터 정부 지원으로 전국 1호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시범사업’이 본격 추진되는가 하면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생명사랑택시’를 시작으로 ‘생명사랑약국’, ‘생명사랑아파트’, ‘생명사랑학원’ 등 일상에서의 ‘자살 예방 안전망’을 확산시키고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택시 운전자가 자살 예방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는 ‘생명사랑택시’가 540대에서 올해 600대로 늘어난다. 운전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SNS 네이버 밴드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의 승객 미음을 돌린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월 30대 여성 승객을 태운 생명사랑택시 운전자 A 씨의 기민한 대응은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하루 30명가량의 승객을 맞이한다는 A 씨는 이불 보따리와 쇼핑백을 들고 탄 여성승객의 낌새가 이상해 어떤 사람과 통화하는 내용을 유심히 들었다. 승객은 “나 진짜로 언니 집으로 가도 돼?”라며 휴대전화를 끊자 A 씨는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건넸다. “손님, 살다보면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있지요. 어려운 일이 있으면 편안히 다 말씀해보세요.”

여자 승객은 보이스 피싱 사기, 파혼으로 인한 가정사 등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사실 극단적 생각을 갖고 집에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생명사랑택시 명함을 건네주었고, 이후 몇 차례 연락이 온 끝에 그 여성 승객은 인천시 자실예방센터 도움을 받게 됐다. SNS엔 이 외에도 인천대교에서 막무가내로 내려달라고 떼쓰던 승객을 경찰에 인계하는 등의 여러 사례가 있다.

인천시는 해마다 1기수에 100대 안팎의 생명사랑택시를 선발해 운전자를 상대로 기본교육 및 정기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아무런 활동비도 받지 않지만 이웃을 살리려는 사명감으로 무료 봉사하고 있다.

시는 수면제 등을 과다하게 사려는 고객을 접할 수 있는 약국에도 이런 역할을 맡기고 있다. 지난해 1차로 128곳의 약국을 ‘생명사랑약국’으로 지정해 사랑택시와 유사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올해 인천도시공사와 시 교육청과 협력해 ‘생명사랑아파트’, ‘생명사랑학원’을 선정해 주민 또는 학생 밀착형 자살예방 사회안전망을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시는 이와 별도로 3월 29일부터 인천지역에서 응급실과 응급센터가 있는 병원 전체 21곳을 연계해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2년간 추진하고 있다. 자살 기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본인의 동의 아래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등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운영하는 7개 병원으로 연결해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해주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살기도 환자에 대해 1년간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심층 평가, 사례 관리계획 수립, 응급 관찰 등의 의료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시범 성과를 보고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생명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자살률을 10만 명을 기준으로 매년 1명 씩 줄여 지난해 25.9명에서 2025년 20.9명까지 개선하기로 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