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걸 상상하자… 마비환자 생각이 글자로 술술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5-13 03:00수정 2021-05-13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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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연구팀 ‘필기 BCI’ 개발
뇌에 칩 심은 뒤 신호 읽어들여… AI 기계학습 활용해 글자로 변환
분당 90자 입력… 정확도도 높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장착한 60대 사지마비 환자가 머릿속으로 글쓰기를 상상하며 컴퓨터에 글자를 입력하고 있다. 네이처 유튜브 캡처
머릿속에서 글씨를 쓴다고 생각하면 뇌에 연결한 컴퓨터를 통해 실제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지마비 환자 등 신체활동이 어려운 사람들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프랜시스 윌렛 미국 스탠퍼드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65세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칩을 심고 뇌파를 읽어 분당 90자 속도로 글자를 입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12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60대가 스마트폰 문자를 입력할 때의 평균 속도인 분당 115자에 근접한 수준이다. 19자를 쓰는 동안 한 글자만 틀릴 정도로 정확도도 높았다.

이처럼 뇌와 컴퓨터가 직접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고 부른다. 생각만으로 로봇이나 기계장치를 작동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생각만으로 글을 쓰는 기술은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글자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연구돼 왔는데 분당 최대 40자를 입력하는 수준에 머물러 한계가 있었다. 생각을 문장 자체로 그대로 옮기는 기술 개발도 시도됐지만 수십 개의 단어를 구현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필기 BCI’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환자에게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을 상상하도록 했다. 손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뇌는 문자를 쓰기 위해 특정한 운동 신호를 보내는 능력이 남아 있다. 이 같은 뇌의 신호를 읽어 들이기 위해 환자의 뇌 양쪽에 작은 알약만 한 크기의 칩을 각각 심었다. 각 칩에 달린 100개의 전극이 움직임을 제어하는 뇌 부위인 운동 피질에서 나오는 뇌의 신경 신호를 읽어 컴퓨터로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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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생각만으로 알파벳 소문자 26개와 구두점을 쓴다는 연습을 수행했다. 각 글자의 모양이 모두 다른 만큼 글자마다 뇌는 각기 다른 신호 패턴을 보인다. 환자가 생각으로 쓰기를 수차례 반복하자 BCI는 인공지능(AI) 구현 기술인 기계학습을 활용해 글자로 정확히 변환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마비환자#생각#스탠퍼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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