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마음의 백신’… 작품에 대해 쓰며 큰 위로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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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주름들’ 펴낸 나희덕 시인
영화-그림-음악 등에 대한 에세이
“쉽게 접근하니 오히려 깊게 감상해… 직접 창작해 보는게 예술 향유의 길”

나희덕 시인은 “시가 아닌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아마추어여서 좋았다. 부정적인 의미의 전문가성보다는 좋은 의미의 아마추어리즘이 예술가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나희덕 시인은 “시가 아닌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아마추어여서 좋았다. 부정적인 의미의 전문가성보다는 좋은 의미의 아마추어리즘이 예술가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예술가가 장르를 가로지르는 순간이 마치 번역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에세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시의 언어로 옮긴 번역서랍니다.”

최근 예술 에세이 ‘예술의 주름들’(마음산책)을 펴낸 나희덕 시인(55)이 말했다. 등단 32년을 맞은 나 시인이 예술을 주제로 산문집을 엮은 건 처음이다. ‘시인이 웬 예술 평론에 나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시를 읽어 온 독자들에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쇠라의 점묘화’, ‘섶섬이 보이는 방’, ‘음계와 계단’ 등 자신의 시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예술을 향한 사랑을 끊임없이 드러내 왔다. 우연한 기회로 쓰기 시작한 예술 에세이지만 쓰면서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다는 나 시인을 4일 서울 마포구 마음산책에서 만났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이 책을 쓰면서 ‘마음의 백신’ 역할은 예술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 시인이 처음 예술 작품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건 2004년 조각가 김인경의 전시에서였다. 김 작가는 당시 자신의 전시를 시인의 눈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생각에 나 시인에게 짧은 평론을 부탁했다고 한다. 갑작스레 받은 부탁이라 공부를 해 볼 새도 없이 느낀 점을 그대로 글로 풀었다. 본 것을 토대로 쉽게 접근해야 오히려 작품을 더욱 깊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나 시인은 종종 기록하고 싶은 예술 작품은 짧은 평론이나 산문으로 남겨뒀다. 이번 에세이에는 그렇게 모은 17년간의 기록이 담겼다. 아녜스 바르다, 짐 자무시와 같은 영화감독부터 마크 로스코, 데이비드 호크니 등 화가, 사카모토 류이치나 글렌 굴드 등 음악가까지 여러 장르를 시인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었다. 그래서 책은 친절하면서도 참신하다. 나 시인은 ‘수영장’ 시리즈로 유명한 호크니에 대해선 판화 연작에 드러난 문학적 요소에, 조각가 케테 콜비츠에 대해선 그에 대해 쓴 다른 여성들의 시에 주목했다. 그는 “예술 언어가 시적인 것으로 몸을 바꾸는 경험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2012년 영국 런던에서 한 해를 보낸 나 시인은 그곳에서 만난 서양 미술사 강사에게 미술을 배웠다. 중학생 때 미술 교사가 미대 진학을 권유할 정도로 미술에 소질을 보였던 그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사의 집을 찾아 무릎이 아파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던 경험은 현재의 글쓰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쉬운 길을 물으니 나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직접 그리고, 연주하고, 만들어보는 게 가장 소중하고 바람직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의 자리에 한 번이라도 앉아본 사람은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거든요.”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나희덕 시인#작품#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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