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젠더-공정성’ 리스크 초긴장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5-05 03:00수정 2021-05-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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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광고 등 관련 논란 생기면
SNS에 익숙한 젊은층 즉시 공유
불매운동 이어지며 매출 하락도
기업들 자체 검열 강화 나서

“홍보 이미지에 손가락 모양이 있는지 다시 살피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편의점 GS25가 캠페인 광고 속 ‘손 모양’ 때문에 ‘남혐(남성 혐오) 홍역’을 치르는 걸 지켜보면서 MZ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은 덩달아 긴장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남혐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징뿐 아니라 ‘여자는 날씬해야지’ 같은 성차별적 표현을 정리해 사내에 공유했다”며 “논란이 있는 표현은 아예 피해 가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젠더나 공정성 문제를 잘못 다뤘다가 MZ세대 누리꾼이 집단 불매 움직임을 보여 곤욕을 치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는 주요 고객층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나섰다.

○ ‘문제 될 상징 없나’ 비상 걸린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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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사태’는 이 회사의 캠핑 관련 캠페인에 등장한 손 모양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비하 제스처로 쓰이는 손 모양과 같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어났다. ‘남혐’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GS25는 논란이 된 포스터를 내리고 사과했다.

이런 논란을 본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생각지도 못한 리스크에 놀랐다”며 “인터넷에서 쓰이는 온갖 상징과 기호를 아는 젊은 직원들을 동원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24는 이 사태 후 ‘별도 따줄게’라는 제목의 홍보 이미지 속 남성의 손 모양을 바꿨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하늘을 가리키는 손 모양이 ‘GS25 사태’와 비슷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자 선제적으로 이미지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젠더 이슈는 최근 들어 특히 민감해지는 추세다. 캐주얼 브랜드 MLB는 여성 모자 광고에 “쌩얼은 좀 그렇잖아?”라는 문구를 올렸다가 여혐 논란을 빚었다. MLB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올 초 여성 고객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무신사는 이번에도 “현대카드와의 콜라보 이벤트 이미지에 남혐 손 모양이 있다”며 또다시 비판받고 있다.

○ “MZ세대 감수성 감안해야”


젠더뿐 아니라 역사왜곡, 공정성 이슈 등 인터넷상에서 첨예하게 갈등을 일으키는 이슈는 언제든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 연예인 등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했다가 ‘차별’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중국풍 음식과 의상, 역사왜곡으로 방송 2회만에 폐지된 SBS 퓨전사극 ‘조선구마사’는 광고 기업에 대한 불매 리스트까지 돌며 후폭풍이 거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이 같은 논란을 적극적으로 SNS 등에 공유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SNS뿐 아니라 커뮤니티, 유튜브 등 논란이 유통될 채널이 다양해져 화력이 더 세다”고 말했다.

각종 리스크는 불매운동으로도 연결되기도 한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 GS25에 대해 “금융치료(불매로 응징) 하자”는 등의 조짐이 보인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매출 하락분을 보상받기 위해 집단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4일 가맹점주들에게 “관련자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합당한 조치를 받게 하겠다”는 사과문을 보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의 진화하는 감수성에 맞추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유통업계#젠더공정성#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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