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 처음 관측한 아폴로 11호 조종사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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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때 사령선 조종한 콜린스
달 뒤편선 교신 끊겨 ‘절대 고독’ 경험

인류 최초의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 탑승 3인방 중 한 명인 마이클 콜린스(사진)가 암 투병 끝에 28일 숨졌다. 향년 91세. 콜린스는 1969년 7월 아폴로 11호 사령선의 조종을 맡으면서 인류의 우주 비행 역사에 큰 공헌을 했다.

아폴로 11호엔 선장 닐 암스트롱과 착륙선 ‘이글’의 조종사 버즈 올드린, 사령선 ‘컬럼비아’의 조종사 콜린스가 탑승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컬럼비아호에서 분리된 착륙선을 타고 달 표면을 밟았지만 콜린스는 사령선에 머물며 둘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 표면에서 임무 수행을 마칠 때까지 콜린스는 21시간 이상 달 상공 100km의 사령선에 혼자 머물며 달 궤도를 돌았다. 그가 달의 뒤편으로 갔을 때는 지구와도 교신이 끊겨 우주 한복판에서 절대 고독의 순간을 경험했다.

이 순간에 대해 그는 5년 뒤 발행된 회고록에서 “나는 혼자다. 진정한 혼자다. 어떤 생명으로부터도 절대적으로 고립됐다”며 “오직 신과 나만이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것”이라고 회상했다. 아폴로 11호의 업무 일지에도 “아담 이래로 마이클 콜린스처럼 고독을 느껴본 인간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아폴로 11호 멤버 중 유일하게 달 표면을 밟지 못한 그에게는 ‘잊혀진 비행사’, ‘세 번째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는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 탐사를 마치고 합류할 때 착륙선에 고장이 생기면 그들이 영영 우주 미아가 될 수 있다는 걸 걱정하는 동료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미 육군 장군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52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 비행사가 됐다. 미국과 소련 간 우주개발 전쟁이 한창이던 1963년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달에 다녀온 뒤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을 피해 비교적 조용히 살던 그는 국립항공우주박물관장을 지냈고 우주 관련 책도 여러 권 썼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지구가 너무 연약해 보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세계의 지도자들이 10만 마일 거리에서 자신이 사는 행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그들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국경은 보이지 않게 되고 시끄러운 논쟁도 조용해질 것”이라고 했다.

달 착륙선 탑승 3인방은 모두 1930년생 동갑내기로 이제는 올드린만 남았다. 암스트롱은 2012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숨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달의 뒤편#아폴로#조종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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