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출장 때 평소 쓰던 폰 놓고 가라”… 기술유출 차단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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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자율 ‘보안’을 ‘방첩’ 격상
핵심기업 직원들 해외 출장땐, 평소 쓰던 스마트폰-노트북 금지
中언론, 美등 ‘파이브아이스’ 거론 “5개국 출장땐 더 철저히 적용”

화웨이나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기업 직원들은 앞으로 해외 출장을 갈 때 평소 쓰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가져갈 수 없게 된다. 또 해외 출장 기간에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지도 정부 당국에 미리 알려야 한다. 중국 정부가 적국의 산업스파이들로부터 자국 산업기술 등을 보호하기 위해 ‘방첩(防諜)’ 규정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5개국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 회원국으로 출장을 갈 때 이 규정이 특히 더 엄격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이브아이스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나라가 속해 있다. 일본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위해 경제안보 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2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는 외국의 정보기관이나 산업스파이 등이 중국 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방첩 규정을 전날 새로 만들었다. 국가안전부가 ‘핵심 기업’으로 지정한 기업들은 모두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동안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적용해 온 산업보안 규정을 중국 당국이 ‘방첩 규정’으로 강화해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리스트가 작성될 ‘핵심 기업’에는 첨단기술 분야를 비롯해 국방과 금융 관련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들이 일부 공개한 규정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는 핵심 기업을 대상으로 방첩 교육 및 감독을 맡게 된다. 해당 기업의 직원들은 보안 관련 서약을 해야 하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활동은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국가안전부는 해당 기업의 내부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컴퓨터와 정보 시스템에 대한 접근도 가능하다. 리스트에 오르는 핵심 기업 직원들은 해외 출장 시 지역과 출장 기간 중 접촉자 등을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 귀국한 뒤에도 출장 기간 활동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파이브아이스’를 언급하면서 “이들 나라로 출장을 갈 때는 방첩 규정이 더욱 철저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위해 국가 주도의 경제안보 기구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종합이노베이션전략추진회의를 열고 경제안보에 대한 조사연구기구를 2023년경 출범시키기로 했다. 새 조사연구기구는 군과 민간의 첨단기술을 분석하고 안보 분야에서 그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또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역할도 맡는다.

요미우리는 조사연구기구가 신설되는 배경에 대해 “중국 등에 첨단기술이 유출되고, 일본에서 뛰어난 기술이 안보 분야에서 제대로 실용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해 7월 허드슨연구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FBI 수사 결과 중국과 연계된 경제 분야에서 산업스파이 행위가 지난 10년간 약 1300% 증가했다”며 “중국이 다양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노골적인 물리적 절도’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베이징=김기용 kky@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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