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양현종이 선발로 나왔더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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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등판…선발 7실점에 3회 2사서 나와
4와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막아…“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와”
베이브 루스 이후 100년 만에…홈런 선두 ‘오타니’ 선발 등판

오랜 기다림 끝에 꿈의 무대에 처음 올랐다. 양현종(텍사스)이 27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텍사스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면서 데뷔전에서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이닝을 소화한 구원투수가 됐다. 알링턴=AP 뉴시스
오랜 기다림 끝에 꿈의 무대에 처음 올랐다. 양현종(텍사스)이 27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텍사스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면서 데뷔전에서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이닝을 소화한 구원투수가 됐다. 알링턴=AP 뉴시스
“초등학교(광주 학강초) 때 급식 줄이 너무 길었어요. 그런데 야구부 친구들은 유니폼을 입고 걸어가 줄을 서지 않고 급식을 딱 받는 거예요. ‘아, 야구부에 들어가면 줄을 안 서고 급식을 먹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야구를 시작했어요.”

프로야구 KIA에서 14년 통산 147승 95패 평균자책점 3.83을 남기며 에이스로 활약한 양현종(33)이 초교 5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한 이유는 이랬다. 이로부터 22년이 지나 양현종은 여느 초특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메이저리그(MLB) 선수단 뷔페식당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양현종이 한국 국적 선수로는 25번째로 MLB 무대에 섰다. 양현종은 27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안방경기에서 소속팀 텍사스가 LA 에인절스에 4-7로 끌려가던 3회초 2사 2, 3루 상황에 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텍사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 188일 만에 맞이한 MLB 데뷔전이었다. 2014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처음 MLB 문을 두드렸을 때부터 따지면 6년 반 가까이 걸려 꿈을 이룬 셈이다.

등번호 36번 유니폼을 입고 나온 양현종은 앤서니 렌던(31)을 상대로 자신의 MLB 데뷔 첫 공을 던졌다.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간 시속 89.6마일(약 144.2km)짜리 속구였다. 5구 승부 끝에 렌던을 2수루 뜬공으로 잡아낸 양현종은 이후 7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면서 MLB 데뷔 첫 2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회초에는 선두 타자 제러드 월시(28)가 때린 직선 타구를 직접 잡아내며 순발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6회초 LA 에인절스 선두 타자로 나온 오타니 쇼헤이가 양현종을 상대로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이 번트 타구가 살짝 뜨자 양현종이
 쫓아갔지만 3루수 앞에 떨어지면서 결국 안타로 연결됐다. 이 안타가 빌미가 돼 양현종은 MLB 첫 실점을 기록했다. 알링턴=AP
 뉴시스
6회초 LA 에인절스 선두 타자로 나온 오타니 쇼헤이가 양현종을 상대로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이 번트 타구가 살짝 뜨자 양현종이 쫓아갔지만 3루수 앞에 떨어지면서 결국 안타로 연결됐다. 이 안타가 빌미가 돼 양현종은 MLB 첫 실점을 기록했다. 알링턴=AP 뉴시스


그러나 6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오타니 쇼헤이(27)에게 3루수 앞에 떨어지는 번트 안타를 내준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30)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에 몰린 양현종은 다음 타자 렌던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월시에게 워닝 트랙에 떨어지는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MLB 데뷔 후 첫 실점을 기록했다. 7회초에도 선두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31)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양현종은 결국 4와 3분의 1이닝 5피안타 2실점 1탈삼진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양현종은 경기 뒤 “류현진(34·토론토) 형에게 문자 메시지 2개가 왔었다. 콜업 축하하고 잘 던졌다는 내용이었다”며 “안타를 많이 맞기는 했지만 첫 등판치고는 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온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던져서 팬, 구단, 선수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캠프 때 커브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더 많은 구종을 무기로 상대 타자가 더 힘들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은 이날 속구 32개, 슬라이더 18개, 체인지업 16개 등 총 66개를 던졌고 그중 44개(66.7%)가 스트라이크였다.

한편 홈런 7개로 MLB 홈런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오타니는 이 경기에서 에인절스 2번 타자 겸 선발 투수로 출전하면서 1921년 6월 15일 베이브 루스(1895∼1948) 이후 100년 만에 처음으로 홈런 1위 선수가 선발 등판하는 기록을 남겼다. 오타니는 이날 타석에서는 홈런을 추가하는 데 실패했지만 5이닝 4실점 9탈삼진을 기록했다. LA 에이절스가 9-4로 이기면서 오타니는 2018년 5월 21일 이후 첫 승리를 수확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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