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만들고 모의 유엔총회… 교수님 고교 특강 좋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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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고교-대학 연계 강좌 인기

지난달 서울 노원구 서라벌고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진학 설명회 모습. 서울시내 50개 고교는 44개 대학과 연계해 학생들이 진로 탐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특화 수업을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서울 노원구 서라벌고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진학 설명회 모습. 서울시내 50개 고교는 44개 대학과 연계해 학생들이 진로 탐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특화 수업을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관악구에 있는 미림여고는 지난해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문 경제 광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35개 강좌를 열었다. 강의는 이 학교 교사가 아닌 서울대 교수진이 했다. 경영학과 교수들이 기술창업 관련 강좌를, 수의학과 교수들이 동물생명공학을 가르치는 식이었다. 미림여고 학생들은 강의를 들은 뒤 소논문을 작성하고 학술행사를 열어 발표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6.7%가 ‘이 프로그램이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95.5%는 재참여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가 올해 50개 고교에서 ‘고교-대학 연계 지역인재육성 사업’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미림여고에서 진행한 것과 비슷한 방식의 강좌가 총 473개 개설돼 50개 학교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고교-대학 연계 지역인재육성 사업은 2019년 시작됐다. 강남과 비강남의 교육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사업은 첫해 20개 자치구 25개 고교에서 진행됐고 24개 대학의 교수진이 강좌를 열었다. 시 관계자는 “교과 위주 수업에서는 배우기 힘든 양질의 강의에 학생과 교사 모두가 높은 호응을 보인 덕분에 지난해 서울시내 25개 전 자치구로 사업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2년간 개설된 강좌는 1130개(2019년 486강좌, 2020년 644강좌). 전체 참여 인원은 약 7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물어보니 가장 유익했던 점으로 ‘자신의 적성, 희망 학과, 진로를 찾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직접 경험, 실험, 실습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올해는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제작 등 4차 산업 관련 기술부터 인문학, 디자인, 가계 재무설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강의가 열린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과 연계한 심화학습이나 동아리 활동, 방과 후 학습 등을 통해 강의에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일정에 따라 △1학기 △여름방학 △2학기 △겨울방학 등에 나눠 차수별로 진행된다. 특히 교과 수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전문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고 실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는 앞서 올 초 25개 자치구를 통해 44개 대학을 모집하고 공모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고교 50곳을 선정했다. 가령 서울대는 AI를 주제로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만한 수업을 마련한다. 건국대는 최근 정보기술(IT) 개발자 수요가 늘면서 주목받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활용한 수학·과학실험을 진행한다. 숙명여대는 유엔총회 진행과 의사결정 과정을 실습해보는 모의 유엔 워크숍을 연다. 프로그램은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해 진행된다. 일부 강좌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대학을 방문해 그곳의 시설이나 설비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연말에는 우수 프로그램을 선발해 사례 발표와 시상 시간을 갖는다. 이대현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 등으로 교육 양극화에 관한 우려가 높다”며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진로 결정과 입시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로봇#모의 유엔총회#고교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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