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상에 중국인… 연기상 후보 절반이 유색인종-非미국권

정성택 기자 ,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4-27 03:00수정 2021-04-2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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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오스카’ 탈피 경향 뚜렷
21세기 유목민 삶 ‘노매드랜드’, 작품-감독-여우주연상 휩쓸어
중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 아시아 여성감독 첫 아카데미상
25일(현지 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실제 노매드의 이름을 하나하나 말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올해 아카데미도 지난해에 이어 ‘화이트 오스카’(수상자 대부분이 백인인 것을 빗대는 말)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작품상과 감독상 모두 중국인 감독이 수상했고, 연기상 후보 20명 중 절반이 유색인종이거나 비(非)미국권에서 나왔다.

○ 2년 연속 아시아 감독·작품상
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이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살 곳을 잃고 미국 각지를 방랑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그렸다.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중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39)이 연출을 맡았다.

자오 감독의 수상은 아카데미 역사상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자오 감독은 앞서 올해 골든글로브와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도 수상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아시아인이 받은 것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자오 감독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중국 시의 첫 구절이 ‘사람들이 태어날 땐 선하다’는 것이다. 이 오스카상을 믿음과 용기를 갖고 자신의 선함을 유지하는 모든 분들께 돌리고 싶다”며 동양적인 메시지로 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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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기상 후보에는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포진했다. 남우주연상 후보군에는 파키스탄계 영국인(리즈 아메드·‘사운드 오브 메탈’), 흑인(고 채드윅 보즈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한국계 미국인(스티븐 연·‘미나리’)이 공존했다.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대니얼 컬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레슬리 오덤 주니어(‘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등 흑인 세 명이 지명됐다. 여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불가리아 배우 마리아 바칼로바를 포함하면 유색인종이나 비(非)미국권 인물이 연기상 후보 20명 가운데 10명에 달했다. 이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컬루야는 수상 소감에서 그가 연기한 미국 흑표당(1965년 결성된 흑인운동단체) 지도자 프레드 햄프턴에 대해 “햄프턴은 위대하며, 지금 이 시대의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다양성 추구하는 아카데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29년 1회부터 2016년 88회 시상식까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총 1668명 중 유색인종은 6.4%에 불과했다. 1991년부터 25년간 조사에서도 11.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세기에 가까운 아카데미의 역사에서 변화의 바람은 최근에야 불어닥쳤다. 2016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된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얘) 해시태그 운동이 시발점이 됐다. 2015년과 2016년,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을 모두 백인으로 지명한 뒤 그간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며 역풍이 된 것이다.

중요한 분기점은 지난해에 왔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개의 트로피가 기생충에 돌아가고 봉준호 감독이 현지에서 대담한 인터뷰(‘아카데미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매우 로컬이다’)를 하며 아카데미의 철옹성에 균열을 냈다. 봉 감독은 올해 감독상 후보를 한국어로 소개했으며, 윤여정은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을 용서한다”는 말로 미국 중심주의에 웃으며 펀치를 날렸다.

○ 디즈니 제친 넷플릭스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주인공 펀을 연기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왼쪽)가 실제 노매드족인 린다 메이와 함께 일하는 캘리포니아 국립공원에서 전동카트를 타며 여유를 즐기는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주인공 펀 역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이번 여우주연상 수상은 ‘파고’(1997년), ‘쓰리 빌보드’(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남우주연상은 앤서니 홉킨스에게 돌아갔다. ‘더 파더’에서 홉킨스는 치매에 걸린 뒤 두려움과 공포와 싸워 나가는 노인을 연기했다. 올해 83세로 역대 최고령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최다 후보작이었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맹크’는 촬영상과 미술상을 받았다. 맹크를 포함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영화가 올해 아카데미에서 7관왕에 오르면서 노매드랜드, ‘소울’로 5개 부문을 수상한 디즈니를 제치고 최다 수상작을 낸 스튜디오가 됐다.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감독 에릭 오의 ‘오페라’는 고배를 마셨다.

정성택 neone@donga.com·임희윤 기자
#아카데미#화이트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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