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노병 위한 참전 70주년 ‘생일잔치’

칠곡=명민준 기자 입력 2021-04-22 03:00수정 2021-04-22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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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최대 격전지 칠곡군 주민들
성금 모아 24일 현지서 초청 행사
미역국-잡채 등 한국음식 대접
2016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을 방문한 6·25전쟁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낙동강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위에서 칠곡군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20일 오전 경북 칠곡군 왜관시장의 한 건어물 가게. 주민 박은화 씨(56·여)는 전국 건미역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최상품만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른 식재료를 고르는 데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식재료 하나를 사기 위해 시장 안 여러 가게를 돌았다. 같은 제품을 들었다 놓았다를 몇 번이나 반복해 가며 까다롭게 골랐다.

평소보다 유난히 길었던 장보기는 오후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정성껏 고른 건미역과 당면, 양념 등 각종 식재료를 항공 운송용 박스에 정성스레 포장했다. 박 씨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본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생소한 한국식 생일상을 차려 드리려다 보니 명절 못지않게 정성을 다해 장을 봤다”고 말했다.

이달 24일은 에티오피아 군이 한국군을 돕기 위해 참전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에티오피아 군 1200여 명이 이날 출정식을 가졌다. 지구 반대편,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나왔다.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칠곡 군민들이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현지에서 생일잔치를 연다. 백선기 군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1951년 4월 24일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아 생일잔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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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잔치는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초대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참전용사 회관에서 열린다. 현재 생존한 참전 용사는 100명 정도. 이 중에 절반 정도만 거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일상은 하옥선 참전용사후원회 에티오피아 지부장이 차린다. 칠곡군민이 보낸 재료로 만든 미역국과 잡채, 약밥, 그리고 케이크와 음료 등이 상에 오른다. 양가죽 손가방도 선물한다. 모두 칠곡 군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마련했다.

백 군수는 “칠곡 군민들은 70년 전 자유와 평화를 위해 긴 여정을 선택한 지구 반대편 영웅들을 항상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칠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에티오피아#노병#생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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