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충현]자승자박 부동산정책 실패 ‘무오류 강박’ 깨야 바뀐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4-15 03:00수정 2021-04-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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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경제부 기자
“부동산정책을 손대긴 해야 하는데….”(정부 고위 관계자)

4·7 재·보궐선거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었다.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뒤 당정 내부에서 부동산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우후죽순 쏟아내는 자성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정책이 수정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간단치 않다. 당정은 1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줄여주고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길을 터주는 정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 정부 들어 부동산정책을 내놓으며 포장했던 ‘선한 의도’들이 정책 수정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그간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시장에 풀기 위해 보유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꾸려 왔다. “정부의 급진적인 정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거나 “증세가 능사는 아니다”라는 비판엔 세 부담이 증가하는 건 소수 부자들의 문제이고 이들이 매물을 내놓으면 다락같이 오른 집값을 잡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담세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세 부담이 늘어나는 피해자가 있다는 지적엔 부동산 가격이 올랐으면 세금도 더 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식의 ‘무적(無敵) 논리’로 외면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지난해 공시가 상승을 대비해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재산세를 낮추는 방안을 만들었으며 92%는 재산세가 오히려 내려간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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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수정하면 그간 ‘소수’로 싸잡아 외면해 온 집 가진 이들에 대한 태도를 뒤집어야 하니 정부로선 난감한 것이다. 민심이 돌아서 정책을 바꿔야 할 때가 됐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건 국민을 자산 규모로 편 가르고 고가 주택 보유자와 유주택자들을 향한 시샘이나 분노를 정책의 지렛대로 삼아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자승자박이다.

둘째, 정부 여당이 정권 말에 정부의 부동산 기조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감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정책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할 경우 정책 기조가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정책 동력을 잃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에 빠질 것이란 두려움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책 변화가 선거 이후 불안한 부동산시장을 다시 상승장으로 밀어 넣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선거를 통해 민심의 분노가 확인된 상황에선 정책의 일관성만큼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연성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과거의 실패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정책을 수정할 용기도 내야 한다. 평생 돈을 모아 집 한 채 가진 사람이나 당장 집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청년 무주택자의 고통이 정책 실패를 인정 않는 자존심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일인지 깊게 고민할 때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자승자박#부동산정책#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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