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측 “공정성 우려”…대법원장 면담 사실조회 신청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13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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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지정된지 약 3달 만에 재판 재개
그 사이 '사법농단 첫 유죄' 판결 나와
재판부, '판결 의미' 의견 달라고 요청
임종헌 측 "판결문 안 봤다…할말없다"
"김명수, 사법농단 중형하라는듯 보여"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추후 지정된 지 석 달 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서 “관련 사건 판결 의미에 대해 피고인 의견을 밝히라는 건 부적절하다”며 “관련 판결 의미에 대해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또 “그간 (김명수) 대법원장이 보인 태도를 보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을 중형 선고하라는 것으로 보여 공정성 우려 해소를 위해서라도 명확하게 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관련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5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임 전 차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준비기일은 지난 1월13일 재판이 진행된 뒤 3개월 만에 열리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이 멈춰있는 사이 재판부는 다르지만 법관 구성이 동일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지난달 23일 사법농단 혐의 첫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지적 사무를 통한 재판 개입 권한이 있고 권고 이상 지적을 하면 권한 남용이란 판단을 내놓으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이 공범이라는 판단을 내놔 주목받았다.

이후 윤종섭 부장판사는 자신이 선고한 해당 판결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검찰과 임 전 차장의 의견을 밝혀달라 취지의 내용을 지난달 31일자 공판준비명령에 담았다.

구체적으로 ▲심리 방식을 재고하게 된 배경 ▲관련 사건 판결 이유 3가지 ▲향후 심리에 관련 사건 판결이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로 여겨질 수 있는지, 실제 당사자가 어떻게 여기는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관련 사건 선고는 참고 판결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 심리는 관련 사건 판결과 관계없이 독립 진행돼야 한다”며 재판부 변경 없이 그대로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관련 사건에 귀속되지 않고 본건 심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해당 판결은 본건 판결이 아님이 명백해 불공정 재판이 염려되는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관련 사건 판결 의미에 대해 피고인 의견을 밝히라는 게 적절한 건지 의문”이라며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인이 의견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관련 사건 판결 의미에 대해 피고인은 말할 게 없다. 언론 보도를 통해 대략 알지만 판결문을 본 적 없다”고 의견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나아가 기피 신청 관련 언급도 별도로 하지 않았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이미 알겠지만 형사합의32부는 관련 사건 선고를 했다”면서 “그 직후 재판부 구성원 모두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들었지만 피고인이 관련 선고를 어떻게 여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그것은 향후 심리를 어떻게 진행할지와 밀접하다고 생각해 더욱 그랬다”며 “그 결과를 지난달 31일자 공판준비명령에 담은 것이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판은 소송 관계인들의 재판부 신뢰 속에 진행돼야 해 소송 관계인들의 신뢰를 얻고자 한 것”이라며 “그래서 이 법원은 관련 사건 판결을 했다고 해서 이에 귀속돼 향후 심리를 진행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향후 이 사건 심리에서 당사자 주장을 경청해 관련 사건 판결이 잘못됐다면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이와 관련한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날 재판 전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2월 한 일간지가 보도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관련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는다며 부장판사 10명과 면담했다는 기사와 관련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해당 보도는 윤 부장판사도 참석한 면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위해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으며 이후 윤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재판을 심리하게 됐다면서 김 대법원장의 의도가 담긴 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날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사실조회 목적은 재판 공정성과 관련 있다”며 “면담 명단은 누구인지, 명단 중 보도와 같이 ‘반드시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말한 판사는 누구인지, 발언이 보존돼 있는지 대한 사실조회”라고 설명했다.

또 “보도 내용은 피고인 입장에서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에는 지난 기피 신청보다 심각하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사표’ 관련 면담 과정에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간 대법원장이 보인 태도를 보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을 중형 선고하라는 것으로 보여 공정성 우려 해소를 위해서라도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미 대법원에서 기피 신청 기각이 확정돼 재판 공정성 확인 취지는 달성됐다”면서 “사실조회 신청이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 제기로 보이지 않고 사실 입증이나 양형 판단에 필요한 것도 아니라 기각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신청의 인용 여부는 법정 외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준비기일 절차를 마치며 재판부는 “헌법 103조는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리한다고 한다”고 덧붙이는 말을 했다.

아울러 “법대에 앉아있는 형사합의36부 구성원 모두가 헌법 103조가 정한 법관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언급했다.

임 전 차장의 90차 공판은 26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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