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오세훈 누가 시장돼도 재개발-재건축 허용할 듯

황재성기자 입력 2021-03-23 11:18수정 2021-03-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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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장 후보로 격돌할 박영선-오세훈 후보 동아일보 DB

보름 앞으로 다가온 4·7 보궐선거는 부동산 관련 공약이 핵심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LH 땅 투기 의혹, 집값 폭등과 전세난 등으로 악화된 민심을 달랠 핵심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된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실행 방안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박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정책을 이어 공공성을 앞세운 개발을 강조한 반면 이 전 시장은 민간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두 후보는 또 서울시는 물론 국토 계획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규모 도시계획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 모두 1년 2개월에 불과한 잔여임기를 감안하면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공급 확대에 한 목소리, 실행은 큰 차이
두 후보 모두 공급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박 후보는 5년 내 공공주택 30만 채를, 오 후보는 다양한 수요자 맞춤형 주택 36만 채를 각각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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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방식은 크게 다르다. 박 후보는 현 정부의 계획과 결을 같이 한다. 국유지와 사유지를 활용해 토지임대부(토지는 시행사가 입주자에게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를 통해 반값 아파트로 짓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경부고속도로 등을 지하화하면서 생긴 땅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런 땅들은 국가나 서울시 등 공공이 소유권을 갖고 있어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는 게 박 후보 측 설명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정상화(18만5000채) △민간 토지를 임차해 짓는 ‘상생주택’(7만 채) △도심형 타운하우스인 ‘모아주택’(3만 채)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 계승 추진(11만 채→7만5000채) 등을 통해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상생주택은 민간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민간이 토지를 제공하면 공공기관이 주택을 건설하되 서울시가 토지주인에게 매달 임대료를 지급하며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땅에 지어진 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모아주택은 도심 내에 위치한 차 한 대를 세울 공간도 없는 여러 채의 집들을 모아 도심형 타운하우스로 만드는 것이다.

● 재개발·재건축은 허용 가능성 커
두 후보 모두 재개발·재건축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허용할 계획이다. 재개발·재건축을 금기시하는 현 정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두 후보 중 누가 되던 관련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허용 수준에는 온도차가 있다. 박 후보는 저층 주거지를 재개발하고, 노후 아파트단지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8년 이후 개발계획이 전면 보류된 여의도 재건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공공과 민간이 공유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규제는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지정이 중단됐던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기준을 완화해 연간 2만 채를 재지정하고, 노후 주거지는 5년 간 3만5000채 규모의 신규 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또 용적률과 층수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 21개 다핵 도시 vs 강남북 균형 개발
서울시 전체 모습을 바꾸는 도시 계획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다른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서울시 전체를 21개 다핵 분산형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반면 오 후보는 서울을 3개 경제축으로 재편해 집중 개발하면서도 강남북 균형 발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박 후보의 21개 다핵 분산 도시는 서울시 전역을 21개로 쪼개고, 각 지역에서 21분 안에 직장, 교육, 보육, 의료, 쇼핑, 문화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도시 인프라를 갖추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23일 국회 열린민주당을 예방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기에는 도시공간을 수직적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수직정원’)도 포함돼 있다. 수직정원 은 경부고속도로 등을 지하화하면서 생긴 땅에 나선형 빌딩 형태의 ‘수직정원 등대’를 세워 스마트팜과 공공오피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하화 사업 후보지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와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양재 구간 등이 제시됐다.

오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5대 거점을 중심으로 서울을 3개 경제축으로 재편해 집중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제Ⅰ축은 강서~구로~금천을 중심으로 관악과 영등포구등을 합쳐 첨단산업 중심지로, 경제 Ⅱ축은 서초~강남~송파~강동을 묶어 과학기술, 스포츠, 여가 등의 중심지로, 경제 Ⅲ축은 마포~용산~동대문을 중심으로 나머지 지역을 묶어 문화, 교육, 금융 등의 중심지로 각각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 지역을 서남권, 서북권, 동북권으로 묶어 지역별 특화사업과 철도 도로 등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 짧은 임기에 실효성은 의문
두 후보의 공약은 대부분 잔여 임기 1년 2개월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재선까지 내다본 ‘5년 짜리 계획’이다. 즉 두 후보가 재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실제 실행 과정에 큰 정책 변수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부 사업은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의욕을 앞세운 청사진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공약은 서울시장 권한을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부터 도로·철도 위 주택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등 중앙 정부의 협조가 그만큼 절실한 사업들로,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두 후보의 공약에 따른 기대심리로 재건축 시장 등이 요동칠 가능성도 우려도 제기한다. 실제로 여의도와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두 후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호가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압구정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5일 1차 아파트 211㎡(10층)는 63억 원에 신고됐다. 이는 직전 고가(51억5000만 원)보다 10억원이 넘게 오른 것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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