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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서울 ‘종부세 아파트’ 13년새 6.5%→24%… “공시가 기준 높여야”

입력 2021-03-19 03:00업데이트 2021-03-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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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기준 현실화 목소리 커져 “집값이 두 배 넘게 올랐는데 종합부동산세는 왜 13년째 같은 기준대로 매기나요?”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주택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2008년 공시가 9억 원으로 정해진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168만864채 중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40만6167채로 전체의 24.2%에 이른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9억 원 초과로 개편된 2008년만 해도 고가 아파트 비중은 6.5%였지만 13년 만에 3.7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고가 아파트 비중은 2008년 1.2%에서 올해 4.5%로 증가했다.

이는 집값이 13년 전의 2배 넘는 수준으로 오른 데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6억215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2월 10억8192만 원으로 뛰었다. 공시가격도 급등해 서울 강북 30평대 아파트나 지방 신축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들 중 일부도 종부세를 내게 됐다.

고가 주택이 늘면서 소수의 부동산 부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종부세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종부세를 처음 내야 하는 집주인들은 낡은 종부세 과세 기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시가격도 시세를 반영해 인상했으니 과세 기준도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거나 “과거 기준으로는 고가 주택이더라도 지금은 아니지 않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종부세 과세 기준은 2008년 12월 정해졌다.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2530만 원으로 공시가 9억 원을 시세로 환산하면 13억 원 정도였다. 13년 전에는 고가주택을 가진 사람이 극히 일부였고 종부세를 내는 사람도 드물었다.

최근 종부세 납부자가 늘면서 종부세가 더 이상 부자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가 아니라 ‘보통세’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직장인 박모 씨(40·서울 마포구)는 “실거주하는 집 한 채만 갖고 있을 뿐,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집을 팔아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는 도입 당시 고액의 부동산을 보유한 소수에게 걷는 구조였지만 이젠 중산층 세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실과 동떨어진 현재 기준을 유지한다면 종부세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현실에 맞게 과세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여전히 적은 만큼 과세 기준을 올려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전체 아파트 중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4.5%다. 하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시세 대비 70%인 현재의 공시가 현실화율을 2030년 90%까지 올릴 계획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종부세 과세 대상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이 단기간 급등한 만큼 과세 기준을 바꾸기엔 시기상조”라면서도 “투기로 보기 어려운 1주택자에 대한 세액 공제는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현재 종부세 과세 기준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야당이 종부세 과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올리자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당과 정부 입장이 워낙 강경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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