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재영]신뢰위기 빠진 게임산업 이제 게임사가 답하라

김재영 산업1부 차장 입력 2021-03-15 03:00수정 2021-03-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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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산업1부 차장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은 게임산업에 올해 제동이 걸렸다. 단순한 암초 수준이 아니다. 게임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신뢰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사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연초 ‘트럭 시위’ 형태로 불거졌다. 한 게임사가 신년이벤트를 임의로 중단했다가 이용자들을 홀대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그때만 해도 트럭 시위는 게임 이용자들이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적극 의견을 표출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고질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산되며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 공정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한 게임사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확률 공개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능력치를 얻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돈을 쓰지 않는 불매운동, 다른 게임으로의 집단망명 등의 항의 움직임이 표출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쉽게 복권이나 ‘뽑기’ 같은 구조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더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게임업계의 대응이었다. 업계는 확률 정보 공개를 법제화하려는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 “개발자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대응은 논의를 회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업계에서 “유저들의 결제태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돌아 논란이 됐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금을 들여 게임에 몰입하는 이용자들이 문제라고 책임을 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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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이 문제가 된 건 오래전부터다. 게임업계에도 시간이 있었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국회 차원에서 규제 움직임이 일자 2015년 게임업계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들고나왔다. 자정 능력을 키우겠다며 2018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도 발족했다. 하지만 공개 범위는 일부에 그쳤고, 그 사이 더 복잡한 확률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자율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율기구는 최근 국내 게임사의 자율규제 준수율이 99%라고 밝혔는데, 이용자들의 체감과는 괴리가 있다. 기초문제만 딱 풀어보곤 더 공부할 게 없다며 책을 덮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번에 게임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막 꽃을 피우고 있는 게임산업 자체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거나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율규제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서둘러 내놔야 할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 의존을 낮추고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 이용자들이 게임 자체를 외면하는 지경까진 이르지 않은 것 같다. 지난달 한 역할수행게임(RPG) 유저들은 돈을 모아 게임사에 ‘커피트럭’을 보내려고 했다. 빠른 업데이트와 합리적 운영, 이용자와의 소통 노력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본사 앞에 등장할 트럭이 ‘커피트럭’일지 아니면 ‘시위트럭’일지,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이 돌진할지, 게임사들이 답할 차례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신뢰#위기#게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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