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살아남아야 할 이유’ 피벗으로 증명하라

김현진 DBR 편집장 입력 2021-03-13 03:00수정 2021-03-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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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99% 대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의 해외 사업 비중은 99%에 달했다. 반면 국내 사업 비중은 1%에 불과했다.

2019년까지 해외 사업은 매년 눈에 띄게 성장했지만 감염증 사태라는 초대형 악재 앞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중 마이리얼트립은 사업 비중이 1%에 불과했던 국내 여행으로 핵심 사업을 피버팅(Pivoting·방향 전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작년 10월 기준, 월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30% 수준까지 회복됐다. 전년 대비 모객 실적이 99%까지 떨어졌던 다른 주요 여행사들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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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이란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맞게 사업 방향을 신속하게 바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뜻한다. 피벗은 스타트업들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가설을 세운 뒤 실험하고, 실패하면 바로 수정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극도의 불확실 변수를 만나 대기업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 어젠다로 떠오르게 됐다. 넷플릭스, 유튜브, 슬랙 등의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 모두 피벗 방식으로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에 정착했다. 이런 스타트업과 달리 대기업들은 통상 피벗이 결국 기존 사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이유로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피벗이 오히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

로리 맥도널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노르웨이의 극지탐험가 로알 아문센의 사례를 들어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새로운 ‘큰 그림’을 이해 관계자들에게 잘 설명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적극적으로 자금을 유치하고 과학자들을 영입한 끝에 북극으로의 출항을 막 앞둔 1908년, 아문센은 미국 탐험가들이 먼저 북극점을 정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에 경로를 180도 돌려 남극으로 향했고, 세계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아문센은 “극지 탐험의 궁극적 목표는 특정 지점에 도착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과학적 사실들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설명했고, 첫 판단이 잘못됐다는 질책을 받는 대신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신속하게 방향을 선회할 줄 아는 기업에 영감의 보고가 될 만한 대상은 바로 생명체들이다. 약 5억 년 전, 지구에 출현한 완보동물은 영하 272도에서도,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고도 생명을 유지한다. 대멸종과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체질을 변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제시한 생물들은 대대손손 자손을 이으며 번식해 왔다.

유기적 구조 때문에 종종 생물체와 비교되는 기업의 덕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갑자기 다가온 뉴노멀 시대. 우리 조직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선 1%의 가능성에 매달려 180도로 전환할 줄 아는 순발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피벗#코로나19#해외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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