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신경숙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다시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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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출간 앞두고 온라인 간담회서 6년전 표절 논란 첫 공식 사과

신경숙은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작은 사진) 출간을 앞두고 연 3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넘어진 땅을 짚고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6년 만에 언론 앞에 다시 섰다. 창비 제공
신경숙은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작은 사진) 출간을 앞두고 연 3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넘어진 땅을 짚고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6년 만에 언론 앞에 다시 섰다. 창비 제공
“젊은 날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58)은 신작 출간을 앞두고 3일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6년 전 표절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그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표절 논란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의도적으로 표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신경숙은 “제 작품을 따라 읽어준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어떤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며 복귀를 앞둔 심정을 드러냈다. “(독자에게)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했다. 심중의 말을 정확히 다 표현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는 표절 논란 이후 6년의 칩거 기간에 대해 “30여 년 동안 써 온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경숙은 5일 그의 8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를 출간한다. 그는 신작에 대해 “그동안 제 작품을 따라 읽어주셨던 독자 한 분 한 분께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제 손 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신경숙이 작품을 단행본으로 낸 건 2013년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를 낸 후 8년 만이다. 장편소설 단행본은 2010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이후 11년 만이다.

앞서 신경숙이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 건 2015년 6월 표절 사태 직후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튜브로 진행됐다. 그는 목이 긴 검은색 스웨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안색은 창백했다. 복귀 심경을 묻자 그는 연필을 만지작거리고 잠긴 목을 풀기 위해 커피와 물을 마신 뒤 답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만큼 복귀 심경을 다시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게 됐다”며 말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신경숙은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가겠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마음이다.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신작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고향인 J시에 혼자 남은 아버지를 화자인 ‘나’가 5년 만에 찾아가며 시작된다. 한국전쟁, 4·19혁명 등 한국 현대사를 겪은 아버지의 인생을 딸이 들여다본다. 신경숙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아버지, 현대사 속 고통받은 아버지, 가족으로서의 아버지, 개인적인 사연 가진 아버지,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을 썼다”며 “아무 이름 없이 한 세상을 살다 가는, 또 살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출간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 25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의 형제 격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신경숙은 어머니가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어머니 역할을 조명한 ‘엄마를 부탁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며 “이번 작품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가족 이야기로 복귀 논란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신경숙#표절 논란#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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