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大, 석좌직 명칭에 中텐센트 넣어… 英 반발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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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만든 ‘위컴 석좌 교수직’
‘텐센트위컴’으로 변경하기로
英-中, 홍콩 보안법-쿼드 충돌 상황
“10억원에 이름 팔았다” 비난 봇물

6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의 ‘뉴칼리지(New College)’가 물리학과 석좌 교수직 명칭에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 이름을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8일 “옥스퍼드대가 중국 정보기관 연계 의혹을 받고 있는 텐센트에 70만 파운드(약 10억7000만 원)의 후원을 받는 대가로 물리학 석좌 교수직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전했다. 뉴칼리지는 1379년 이 칼리지를 설립한 위컴의 윌리엄(William of Wykeham) 주교 이름을 따 1900년 ‘위컴 물리학 석좌 교수직’을 만들었다. 익명의 옥스퍼드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명칭은 이제 ‘텐센트위컴(Tencent-Wykeham)’으로 변경된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텐센트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고 정부에 해외 첩보 자료를 제공해 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도 지난달 텐센트가 중국 보안 당국의 인공지능(AI) 개발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중국은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쿼드 가입 등 여러 사안에서 계속 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옥스퍼드대가 중국 기업인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계와 정치인들은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총장과 마지막 홍콩 총독을 지낸 크리스 패튼 경은 “중국은 신장위구르의 집단 학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고 홍콩의 자유도 빼앗고 있다”며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과 관계를 맺기 전 대학은 광범위한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비밀정보국(MI6) 전 국장인 리처드 디어러브 경은 “옥스퍼드대가 수백만 파운드를 들여야 할 명예로운 자리 이름을 고작 10억 원에 바꾸기로 한 사실이 놀랍다”며 “이러한 후원금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언 덩컨 스미스 전 영국 토리당(보수당) 대표는 “대학들이 중국 돈 앞에 무릎 꿇는 데에는 한계가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8일 12곳이 넘는 영국 대학에서 약 200명의 학자들이 중국 정부의 대규모 무기 제조를 도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008년 수출통제명령을 위반하고 항공기와 미사일 제조법, 사이버무기 등에 대한 연구 자료를 중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옥스퍼드#석좌직#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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