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4대그룹 총수 첫 상의회장 추대… ‘재계 구심점 역할’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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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국가경제 위해 할일 고민하겠다”
경제3법-중대재해법 등 통과에… 재계 ‘힘있는 경제단체’ 요구 커져
反기업정서 개선-규제 개혁 과제
“18만 회원사 의견 모으기 어려울것”… “中企아우를 수 있어” 엇갈린 전망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이 1일 만장일치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을 차기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도 이날 “추대에 감사드린다”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이 3월 최종 선출되면 4대 그룹 총수로서는 최초로 대한상의 회장이 된다. 최 회장은 이날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전국 73개 상공회의소, 약 18만 개의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겸하는 것이 관례다. 대한상의 회장직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최 회장은 23일 서울상의 의원총회, 3월 24일 열리는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에 오를 예정이다.

최 회장이 추대되자 재계에선 대한상의의 위상이 강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를 이끌게 되면서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전까지 정부와 주요 대기업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 빈자리를 채우고 동시에 중소·중견기업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경제단체로까지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3월 임기를 마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일찌감치 최 회장을 후임으로 낙점하고 권유해왔다”며 “대한상의가 주요 경제단체의 대표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게감 있는 주요 그룹의 오너가 회장직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재계의 강도 높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이 국회를 줄줄이 통과하면서 재계에선 어느 때보다 힘 있는 경제단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태다. 경제단체가 힘을 모아 향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에 대응하고 반(反)기업 정서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전경련이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힘을 발휘했던 것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두고 영향력 있는 대기업 총수가 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약화돼 왔다.

정부에서도 4대 그룹 중심의 소통 창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정부 주요 인사들이 따로 4대 그룹과 수시로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SK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 전 ‘한국형 헤리티지재단’ 설립 등 다양한 안을 두고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거나 견제하는 역할을 할 조직 및 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의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최 회장이 최근 4대 그룹 총수들의 공식·비공식 모임을 주도하고 있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심 경영·기업의 사회적 가치 등 ‘기업의 역할론’을 꾸준히 강조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의가 경제단체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전국 18만 개 회원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대한상의 내부적으로도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각종 법·제도에 대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과거 전경련은 주식회사처럼 회비를 많이 낸 기업일수록 의결권 비중이 높았지만 대한상의는 전체 회원사 모두 동일한 의결권을 가진다는 점도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안이 터질 때 대한상의는 주요 경제단체들과 달리 홀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많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나 다른 경제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도 대한상의의 부재로 대표성을 잃었던 것이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대한상의 회장은 재계가 원하는 4대 그룹 중심의 재계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모든 상공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는 어려운 직책”이라며 “한국 경제가 반기업 정서를 딛고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규제개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 최 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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