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 ‘소부장’ 으뜸기업 선정… 미래車 기술 확보에도 총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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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중견기업]㈜성우하이텍

성우하이텍이 아산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및 저소득층을 위한 후원금 1억 원을 전달하는 모습.
성우하이텍이 아산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및 저소득층을 위한 후원금 1억 원을 전달하는 모습.

㈜성우하이텍은 부산 기장군 정관에 본사를 둔 부산 향토 기업이자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품 분야 국내 대표 중견기업이다. 국내외 종업원 수만 1만7000여 명, 매출액도 3조3894억 원(2019년 IFRS 연결 기준)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설비 및 철강 원자재와 관련한 가공, 성형, 조립, 도장 등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성우하이텍 관계자는 “원자재 가공부터 제품 출고까지 자동차 차체 제조 전 과정이 가능한 기업은 국내외에서 독보적”이라며 “특히 각 과정의 기술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회사는 차량의 안전과 직결되는 범퍼레일, 국내 최초 레이저 알루미늄 용접 기술을 적용한 도어, 후드 등 차체부품 제조 전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성우하이텍은 1977년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성우금속공업사’로 시작했을 당시엔 주로 농기구와 주방기구를 생산하면서 스테인레스 제조 기술을 갖춰 나갔다. 스테인레스 기술만큼은 여느 기업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과 실제 기술력을 발판으로 1983년 현대자동차의 스텔라 모델 차체에 들어가는 스테인리스 제품을 수주하면서 사업의 급격한 발전과 전환이 이뤄졌다. 성우하이텍은 수주와 거래처 확보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1997년 현대자동차의 인도 첸나이를 계기로 국내 부품 업계 최초로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이후 2002년 북경을 시작으로 무석, 연태, 심양, 창주, 충칭 등까지 중국 시장으로 확대했고 2004년에는 체코 오스트라바에 진출하며 유럽시장에 발을 들였다.
성우하이텍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성우하이텍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2011년과 2014년에는 자동차의 강국인 독일 한뮌덴과 바바리아에 WMU와 WMUB를 설립해 BMW, 폭스바겐, 아우디에 납품하고 있다. 중국, 유럽과 함께 3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축인 북미에서는 2014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 이어 201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무소를 설립해 기아, GM, 포드, 크라이슬러에 납품 중이다.

현대기아차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1차 벤더인 성우하이텍은 현대기아차와 동반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를 넓히고 있다. 이는 기술력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외 협력사들의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기술력’이다. 한 단계 앞을 내다보는 시선으로 설립 이래 기술과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고 적시 투자를 통해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미래차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단연 돋보인다. 변화와 투자를 통해서 성장해온 기업 DNA가 차세대 산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일수록 힘을 합치는 협력과 상생의 노사 문화

성우하이텍 현장 사진.
성우하이텍 현장 사진.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동차 기업들의 부진과 맞물려 사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 투자와 더불어 어려울수록 힘을 합치는 상생의 노사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우하이텍 김장 나누기 봉사활동.
성우하이텍 김장 나누기 봉사활동.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 문화가 형성돼 있어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회사는 고용보장을 약속했고 이에 화답해 노동조합은 임금 동결, 상여금 반납 등을 결의했다. 이후 회사는 위기를 극복한 뒤 직원들에게 차액을 다시 되돌려 주며 노사가 한 가족이라는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이러한 신뢰와 상생의 노사문화 속에 2015년 이명근 회장이 개인 주식 182만9450주(당시 274억 원)를 무상으로 직원들에게 증여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한 것에 대한 직원들의 노고와 감사를 표하고자 한 증여였고 이는 법인이 아닌 최대 주주가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글로벌 차체 부품 제조사로 성장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성우하이텍 서창공장.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성우하이텍 서창공장.
성우하이텍은 1994년 자동차 차체 부품업계 최초로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및 제품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현재도 급격한 자동차 제조 기술의 변화에 선도적인 제조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연구소 2곳(경남 양산, 수원), 중국 연구소 1곳에 기업부설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공격적인 R&D 투자를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성우하이텍이 보유한 국내외 특허는 전체 출원만 1583건에 이르고 이 중 등록은 900건에 달한다.

소재 가공에서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 기술력과 설비로 할 수 있는 역량도 위기를 거친 뒤 다져진 역량이다. 대표 기술은 차체 강성을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며 향후 이 기술은 전기차, 수소차, 드론 등 모든 미래 자동차에 통용될 예정이다.

이 밖에 초고장력강, 알루미늄, CFRP(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와 같은 신소재를 적용한 경량화 성형 기술과 고강도 판재를 성형하는 롤포밍 공법, 초고장력강 성형을 위한 핫스탬핑 공법, 소재가 다른 이종재료 접합 기술, 알루미늄 레이저 접합기술, 자동차의 측면 충돌을 향상하기 위한 강성용 복합소재 CFRP 성형 기술, 충돌 성능 강성을 위한 설계 해석 기술을 통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알루미늄은 용융점이 낮아서 이종 소재로 접합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성우하이텍은 10년간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 최초로 레이저 알루미늄 용접 기술을 적용해 제네시스 G80과 GV80 차체를 제작해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최근 대내외적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성우하이텍이 개발한 기술은 ‘카본 복합 소재 제조 기술’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인정받아 부산에선 유일하게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정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글로벌 수출·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소부장 경쟁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국가 자동차산업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기존 성과만으로도 국내 차체 부품사로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지만 이문용 대표의 시선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2016년 자율주행차 분야의 연구를 전문적·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성우스마트랩을 설립하고 2018년에는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FIR) 기술을 제공하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아다스카이(ADASKY)와 조인식을 갖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아다스카이는 적외선 카메라에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물체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한 새로운 FIR센서 ‘바이퍼(Viper)’를 개발했고 성우하이텍은 2000만 달러(약 220억 원)의 투자를 통해 기존에 연구 중이던 라이다(LiDAR·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그 빛이 주위의 대상 물체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의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와 더불어 자율주행차 분야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은 미래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전기차 배터리케이스를 양산하고 있고 향후 배터리시스템(BSA)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탄소섬유 기술을 활용해 고압용기인 수소저장탱크를 양산하기 위해 R&D센터에서 연구개발 중이다. 최근 성우하이텍 멕시코에서는 북미 GM사와 전기차 차체부품, 배터리케이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의 국내 독보적인 기술인 차체 생산 기술과 더불어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분야 진출의 시너지 효과는 성우하이텍을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할 것이다.

성우하이텍 이문용 대표 “지금은 미래에 대한 통찰 키워야 할 시기”


“언제나 새롭고 참신한 기업, 스스로 노력하는 성실한 사원, 서로 사랑하며 아끼는 우리 회사.” 성우하이텍을 설립한 이명근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는 사훈이다. 회사의 경영방침인 창의, 혁신, 소통은 물론이고 회사의 인재상인 자기계발, 전문성, 창의성과도 연계돼 있다.

이문용 대표는 “회사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구성원 스스로도 자기계발과 혁신을 통해 회사와 함께 꿈을 이루고 나누자는 설렘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치열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우하이텍이 창사 이래 핵심가치로 지켜온 ‘최고의 품질이 최선의 영업’이라는 품질에 대한 신념, ‘기술이 곧 미래’라는 기술에 대한 차별화된 경쟁력, 특히 우리 회사의 강점인 존중하는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리딩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친환경차 부품에 대한 사업화와 글로벌 고객사와의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가 그 전환점이 되는 해이다.

이 대표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직원을 대하고 있다”면서 “고객과 직원에게 고마워하며 그들을 존중하고 나아가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우리의 목표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성우하이텍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마라톤 행사, 지역의 장학 활동, 김장 나누기 행사 등 꾸준한 봉사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를 외면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마스크 등 방호물품을 지급하고 후원금을 늘렸다. 이 대표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기업 문화 또한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전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우수 중견기업#성우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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