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영웅’서 ‘검은 모세’로… 美, 20달러 인물도 정권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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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주의자→흑인 女운동가
트럼프가 막은 초상 교체 재추진… 트랜스젠더 군복무 다시 허용
바이든 “트럼프 반드시 탄핵해야”… 사흘간 행정명령 등 30개 서명

인종차별주의자인 앤드루 잭슨 제7대 대통령이 그려진 현 미국 20달러짜리 지폐(왼쪽)와 새 지폐의 주인공인 19세기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이 그려진 합성 이미지.
인종차별주의자인 앤드루 잭슨 제7대 대통령이 그려진 현 미국 20달러짜리 지폐(왼쪽)와 새 지폐의 주인공인 19세기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이 그려진 합성 이미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지우기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빼고 다(ABT·Anything But Trump)’로 불리는 트럼프 흔적 제거 작업이 연일 계속되는 상황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재무부가 20달러 지폐 도안에 현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대신에 흑인 여성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2∼1913)을 넣는 작업을 재개했다”며 “우리의 화폐에 역사와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예 출신인 터브먼은 300명이 넘는 다른 흑인의 노예 해방과 탈출을 도와 ‘검은 모세’로 불린다.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유명한 잭슨 전 대통령 대신 터브먼을 20달러 지폐에 넣으려고 했지만 한 해 뒤 집권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안을 폐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잭슨 전 대통령을 두고 “나의 영웅” “나는 잭슨 대통령의 팬”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 걸어뒀던 잭슨의 초상화도 없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재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은 포용력이 있을 때 국내와 전 세계에서 더 강력하다”며 “모든 사람이 자긍심을 갖고 군 복무를 할 때 미국이 더 안전해진다”고 강조했다. 2016년 오바마 행정부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의료비 지출 증가와 군 혼란을 야기한다”며 철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반드시 필요하다(has to happen)”고도 밝혔다. 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탄핵심판이 안 열리면 악영향이 더 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를 탄핵하는 데 필요한 공화당 측 이탈표(17표)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 남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0석씩을 갖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3분의 2인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무부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전날인 19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에 대한 제재를 다음 달 26일까지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 제재가 기아 등 예멘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20일부터 3일간 서명한 행정명령, 메모, 기관지침은 모두 30개. 이 중 10개가 트럼프 행정부의 지침을 뒤집는 내용이다. 기후변화(27일), 건강보험(28일) 등 추가 행정명령을 예고한 사안도 모두 트럼프 행정부와 배치된다.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사흘간 한 개의 행정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같은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새 개인 주치의로 케빈 오코너 조지워싱턴대 의대 교수를 지명했다. 육군 대령 출신으로 바이든이 2009∼2017년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그의 주치의로 인연을 맺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치의 숀 콘리 박사는 지난해 10월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언론은 콘리 박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맛’에 맞춰 병세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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