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그림자 아이’ 알리, 병원비 걱정 덜었어요

박상준 기자 입력 2021-01-16 03:00수정 2021-01-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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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났지만 출생등록 못해… 법원서 지난달 부모 난민 인정
두 자녀도 뒤늦게 건보 등 혜택
국적취득 연계 안돼 “끝 아닌 시작”
지난해 12월 법원 판결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은 알리(가명·3)네 가족. 아버지에게 안긴 알리가 동생인 마르와(가명·2)를 내려다보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저희 가족이 난민 인정을 받게 돼 태어나자마자 응급실 신세를 진 둘째 아기 병원비를 이제라도 지원받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등록을 할 수 없는 ‘그림자 아이’로 지내온 알리(가명·3)와 마와르(가명·2) 형제의 아버지 A 씨는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중동 국가에서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A 씨 부부는 법무부에서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난민 인정 확정 판결을 받았다.

A 씨는 본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하며 군사정권 반대 시위를 하다 불법 체포와 고문을 당했다. 이후에도 ‘고문 반대’ 운동을 하다가 가족이 체포되는 등 박해가 심해지자 2016년 한국에 왔다. 아내도 이듬해 입국했다. 그러자 본국 정부는 A 씨에게 구금 7년형의 유죄 판결을 내리고 A 씨의 형제를 교도소에 가뒀다.

A 씨 부부는 2018년 법무부에 본국에서 박해당한 증거들을 제출했지만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몇 달 뒤 A 씨가 청와대 앞에서 난민 인권 관련 단식 농성을 벌였을 때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농성장을 찾아 A 씨를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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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법무부와 판단이 달랐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은 지난해 2월 “박해의 위험이 존재한다”며 A 씨 부부를 난민으로 인정했다. 2심인 서울고법도 지난해 12월 같은 판결을 내려 난민 인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A 씨의 자녀인 알리와 마와르도 난민 신분을 얻게 됐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유아들에게 필수적인 예방접종이나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생 마와르에겐 건강보험을 통한 병원비 지원이 더욱 절실했다. 마와르는 2019년 11월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나 15일 동안 응급실에 입원하며 치료를 받았다. A 씨는 “당시 건강보험이 안 돼 1000만 원의 병원비를 내야 했다”며 “고비를 넘긴 뒤에도 자주 병원에 가야 했는데 하루에 100만 원이 들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핵, 일본뇌염, 수두 등 영유아의 개월 수에 맞춰 10가지가 넘는 예방접종을 할 때도 많은 돈을 냈다고 한다.

A 씨는 “이제 우리 아기를 덜 아프게 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리 형제가 한국 국적을 얻은 것은 아니다. A 씨 가족을 대리한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 인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현행법상 한국 국적이 없으면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고 여러 아동복지 혜택에서 소외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알리#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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