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 마지막 길 초라하지 않게”

김하경 기자 입력 2021-01-08 03:00수정 2021-01-08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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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 지난해 603명으로 매년 증가
입관-빈소 마련 등 절차 갖춰… 빈곤층 홀몸노인에 심리적 위안
5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11월 공영장례지원제도를 통해 가까스로 형의 장례를 치렀다. A 씨는 트럭 운전 등을 하며 가족을 부양해 왔고, 몇 년 전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는 직접 장례도 치렀지만 지난해 상황은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끊기면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 형에게 A 씨는 유일한 혈육이었다.

A 씨는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 형의 시신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제도 덕분에 무사히 형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서울시는 형을 화장하기 전에 짧은 시간이나마 빈소를 차려줘 A 씨가 형과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줬다. A 씨는 “수입이 없어지면서 사람 도리를 못 한다는 생각에 괴로웠는데 장례식을 보면서 그 괴로움을 조금 달랬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제도란 무연고 사망자와 기초생활수급자,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서울시가 빈소와 장례 예식을 지원하는 제도다. 무연고 사망자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더라도 시신 인수가 거부된 사망자를 의미한다. 후자는 연고자가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거나 가족관계가 단절되면서 발생한다.

공영장례지원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된 시신은 염, 빈소 등의 장례의식 없이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고자가 없고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사망한 한 개인의 시신이 ‘처리’되듯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제도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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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장례지원제도를 통해 치러지는 장례는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3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서 같은 해 382명이 지원을 받았고, 2019년 434명, 지난해 603명(11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 민원서비스 개선 최우수 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시민의 호응도 높았다.

공영장례지원제도를 통해 시신 1구당 지원되는 예산은 85만∼90만 원이다. 여기에는 입관, 수의, 제례, 운송 등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 빈소는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3시간 동안 차려지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에게는 고인의 가족, 친구, 이웃 등 연고자 의사에 따라 최대 하루 동안 지원한다.

공영장례는 이미 사망한 고인의 존엄성을 지킬 뿐 아니라 경제적 빈곤 속에서 가족 없이 홀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공영장례지원·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나눔과 나눔’ 박진욱 상임이사는 “매년 10월 중순 쪽방촌에서 혼자 사는 분들과 함께 서울시 무연고 추모의 집에서 합동 위령제를 열고 있다”며 “참석자들이 ‘내가 죽어도 사회가 날 존엄하게 마무리해 주겠구나’라며 안심하게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사로 고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치유를 하게 되는 계기도 마련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무연고 사망자였던 60대 남성 B 씨의 장례식에는 연락이 두절됐던 B 씨의 부인과 딸이 참석했다. B 씨의 딸은 장례 후 “십수 년 전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도망치다시피 집에서 나온 뒤 어렵게 살았다”며 “그동안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하느라 힘들었던 마음이 장례에 참석하면서 조금이나마 해소됐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평균 장례비가 1300만 원이 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갑자기 이런 큰 액수의 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공영장례지원제도는 하나의 사회보장제도”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무연고자#마지막 길#장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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