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 묻어난 재계 신년사 “준비한 기업만 생존” “대담한 사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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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로 본 주요 기업 경영 키워드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가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걸 확인했다.”(손경식 CJ그룹 회장)

“지금까지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지난해) 우리 핵심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이 4일 내놓은 신년 메시지에는 위기감이 여실히 묻어났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은 유통, 항공업계 메시지에는 절박함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새해를 맞아 주요 기업들이 내놓은 메시지는 △코로나19로 인한 도전적 경영 환경 극복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책임 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기업도 많았다. 올해 기업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시무식을 생략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해 ‘언택트(비대면) 시무식’을 개최했다.

○ ‘변화’의 파도, 미래 성장동력 찾기 숙제

삼성전자는 올해를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미래 삼성전자를 이끌 차세대 성장 사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4일 온라인 시무식에서 “신기술·신사업이 부상하면서 기업의 부침도 빨라지고 있고 데이터·인텔리전스 시대로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도전과 혁신이 살아있는 창조적 기업으로 변모해 혁신의 리더십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업계 판도를 주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올해를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2021년 새로운 시대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친환경, 미래 기술, 사업 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SK, LG, 한화, GS 등도 ‘고객’ ‘ESG’ ‘지속 가능 경영’ 등 경영 키워드를 담은 신년사를 내놨다. 기업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매출 및 영업이익 등 단순한 경영 실적을 넘어 환경, 사회적 가치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는 맥락을 같이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 팬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기존 핵심 사업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며 GS가 보유한 유·무형 역량을 외부와 협력해 사업을 개선하고 더 키우는 ‘빅 투 비거(Big to bigger)’를 추진해야 한다. 고객의 변화와 필요에서 모든 사업이 시작된다는 고객 중심 사고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ESG를 강화하고 동시에 경영활동 면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철저히 실행해 재해 없는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자. 저원가 고품질 고생산성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비즈니스 파트너사들과 공생가치를 창출하자”고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는 “KT는 보통의 대기업과 달리 국가와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앞장서야 하는 기업이다. 고객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출발점이고 기준으로 고객 중심 사고가 경영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직격탄 유통, 항공업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 항공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쓴소리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연기됐던 사업들을 꺼내 반복해서는 성공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미흡한 결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개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체질 개선 과정에서 뼈를 깎는 고통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우리 고객은 영구적으로 변했고 다시는 과거(코로나19 이전)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단순히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대담한 사고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항공업계 수장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거듭 당부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사람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있지만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 내정자도 “올해 경영 방침을 ‘턴어라운드 2021’로 정하고 코로나의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의 권오갑 회장은 “늦어도 올 상반기 내에는 모든 게 마무리될 것이다. 한국 조선산업 재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시너지 창출 등 해야 할 일이 많은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서동일 dong@donga.com·황태호·변종국 기자
#재계#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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