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주 남긴 트럼프, 마지막까지 몽니 반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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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거부권 남발-지지자에 항의 시위 촉구
어업규제 등 차기정부 시행법 퇴짜
WP “대외원조도 중단할 계획”

임기를 2주가량 남겨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몽니’가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선 불복 소송이 연이어 기각되고 집권 공화당 의원들까지 등을 돌리자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정책에도 거부권을 남발하고 지지자의 항의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서부 캘리포니아주 연안에서 대형 어망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폭이 약 2km인 이 어망은 황새치 등을 잡는 데 쓰이는데 크기가 너무 커 돌고래 등이 걸려 죽는 일이 잦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업 규제가 수산물 수입을 늘리고 관련 무역 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언론은 진짜 이유가 이날 상원이 대통령이 최근 거부권을 행사한 국방수권법안(NDAA)을 전체 100석 중 찬성 81표, 반대 13표로 다시 의결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53석과 47석을 차지하고 있다. 최소 3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그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인데도 자신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하자 뿔이 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될 것이 확실시되는 법안에 퇴짜를 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다는 의미다. 어업 규제 법안 역시 NDAA와 마찬가지로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없던 일이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승인한 예산 집행을 늦추는 방식으로 일부 대외 원조 또한 중단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년간의 임기 내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그는 줄곧 대외 원조를 줄이려고 시도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번번이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우리가 이겼다. 엄청난 (대선 부정) 증거가 6일 제시된다”며 대선 불복 주장을 이어갔다. 또 “6일 워싱턴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린다. 장소 정보가 곧 나온다”며 지지자 결집을 촉구했다.

6일 상하원은 지난해 12월 14일 미 50개 주 선거인단이 투표한 대선 결과를 승인한다. 과거에는 선거인단 결과를 인증하는 요식 절차에 불과했지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모 브룩스 하원의원(앨라배마) 등 일부 공화당 의원이 이의를 제기해 토론과 투표 절차를 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표가 실시되면 상하원에서 각각 과반 찬성을 얻어야 대선 결과를 무효로 만들 수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고 NDAA 법안 처리에서 보듯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의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도 알지만 마지막까지 지지자들에게 대선 부정 주장을 설파하고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으로 2년간 미 입법부 역할을 담당하는 제117대 의회는 3일 출범했다. 새 의회의 최대 관심사는 상원 2석이 걸린 5일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다. 지난해 선거 당시 2곳 선거구에서 모두 과반 득표자를 배출하지 못해 과반 득표자를 당선인으로 규정하는 주 법에 따라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현재까지 50석을 확보한 공화당은 2석 중 1석만 차지해도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트럼프#몽니#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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