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엄청 울면서 내게 전화했다. 동생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게 뭐야. 정말 너무 속상하고 짜증 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건가” “체류 자격이 있는 혼혈이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울먹이는 동생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저 동생을 달래고 얘기를 들어줄 뿐이었다.
동생은 예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시험을 보려 했는데 학생증도, 신분증도 없어 결국 못 봤다. 선생님도 다른 방법이 있는지 같이 머리를 맞댔지만 방법이 없었다. 열심히 뭔가 해보려고 자꾸 시도하는데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럴 때마다 동생은 좌절한다.
그렇게 10년 넘게 살다 동아일보에 내 사연이 보도되면서 그나마 구제를 받았다. 정부가 허가 없이 일을 한 나를 퇴거시키기로 했다가 처분을 취소해준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안정적으로 한국에 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학생비자를 얻어 대학도 가고 졸업한 후엔 취업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한국에 기여하는 꿈을 꾼다.
문제는 동생과 누나, 그리고 주변에 비슷한 친구들이 같은 이유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이다. 동생처럼 누나도 그간 많이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대학에 도전해 합격했다. 그런데 결국 자퇴 처리가 됐다. 누나에겐 체류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누나는 대학 입학이 취소되기 전 “대학에 입학하도록 체류 자격을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법무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그림자 아이’는 최대 1만3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우리 남매처럼 장기간 체류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강제 퇴거를 중단하고 체류 자격을 심사할 제도를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법무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도, 누나나 다른 미등록 아이들의 요청을 받아도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는 우리 뜻과 관계없이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러니 내 가족과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한국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당당하게 미래를 꿈꾸며 살고 싶을 뿐이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도 열심히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
페루인 부모님이 한국에서 낳은 한 친구는 미등록 체류자이지만 바텐더가 되고 싶어 한다. 밤낮으로 학원에 다니며 연습을 한다. 미등록 상태이지만 꿈을 버리지 않으려 한다. 한국이 우리 같은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응원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페버 광주 광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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