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이언 “내년 도쿄올림픽이 北美협상 기회”… 시점 첫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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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종전선언도 협상 의제”… 대선 앞두고 北 향해 공개 메시지
서훈, 美에 ‘제2 평창’ 구상 전한듯… 오브라이언 내달 방한, 논의 본격화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워싱턴에서 만난 직후 “내년 도쿄 올림픽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혀 한미 간 교감에 따른 것인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11월 미 대선 이후 북핵 협상 재개가 가능한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 국무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재차 강조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협상 테이블에 있는 의제”라고 밝혀 정부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달 미 대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비핵화 의제와 시기를 공개 거론해 북한에 신호를 보낸 것. 서 실장은 13∼16일 방미 기간에 미국 측 고위 인사들에게 비핵화 협상 재개 구상을 밝히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16일(현지 시간) 미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은 어려워지는 것이냐’란 질문에 “미 대선 이후에도 북한이 스스로 다른 옵션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다시 협상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사람들이 도쿄 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전후나 도중에 (북핵) 당사자들이 모여 북한 주민의 번영과 더 나은 경제적 시기로 이끌고 현명한 감축과 비핵화를 위한 몇 가지 추가 조치로 이어지는 협상을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또 서 실장과의 만남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북한과의) 현 상황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정말로 진전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문 대통령이 최근 거듭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그 제안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제안을 미국 측도 협상 카드로 검토해 왔다는 것을 확인한 것. 국무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미국은 유연한 접근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방미 마치고 돌아온 서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청와대는 “강력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방미 마치고 돌아온 서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청와대는 “강력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에 대해 청와대는 18일 “서 실장이 방미 기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구축 달성을 위해 북-미 대화 재개와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서 실장의 요청으로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다음 달 방한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서 실장이 오브라이언 보좌관에게 내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간 협상을 재개하는 구상을 제안하고 논의했는지 취재진이 묻자 부인하지 않은 채 “서 실장이 방미 기간에 미국 측 주요 인사를 만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제반 구상을 전반적으로 협의했다는 데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 실장이 13∼16일 미국을 방문해 오브라이언 보좌관뿐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측 여러 인사를 만나 종전선언 필요성과 함께 북한도 도쿄 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많고 2018년 평창 올림픽 때처럼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서 실장은 당초 코로나19 사태만 없었으면 올해 8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이 도쿄에 모일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일본에 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을 ‘제2의 평창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 있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선언과 도쿄 올림픽이라는 정부의 비핵화 협상 의제 및 시기 구상에 호응하고 나선 만큼 청와대가 밝힌 대로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북-미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기재 기자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오브라이언#서훈#도쿄올림픽#북미협상#기회#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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