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부의 원전 감사 방해 논란, 경위 낱낱이 밝혀 엄벌해야

동아일보 입력 2020-10-17 00:00수정 2020-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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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을 따지기 위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감사 저항이 굉장히 많았다”고 증언했다. 최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진술 받는 과정도 상당히 어려웠다”며 “(피감사자들이)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했고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 진술하면 추궁하는 게 수없이 반복됐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감사가 1년이 되도록 마무리되지 못한 원인이 공무원들의 저항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원전 조기 폐쇄 타당성과는 별개로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은 중대한 범법행위다. 현행 감사원법은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은 사람, 감사를 방해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을 게을리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감사 과정에서 산업부 측의 방해가 얼마나 극심했으면 감사원장 입에서 “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처음”이라는 한탄이 나왔겠는가.

‘상명하복’ 문화가 체질화된 공직사회의 현실로 볼 때 산업부 실무급 공무원들이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스스로 알아서 자료 폐기와 허위 진술에 나섰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공무원들이 신변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강한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감사에 저항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이번 감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게 사실이라면 정부가 추진한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문제점을 정권 차원에서 은폐하려 한 시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 감사 방해 증거도 모두 결과 발표에 포함시키고,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 방해 연루자들은 모두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감사 방해 논란을 철저히 따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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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감#최재형 감사원장#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산업부 공무원#감사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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