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시위진압 경찰에 치명적 무기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수개월째 루카셴코 퇴진 시위… 정부 관계자 “시위대 폭력 심각”
총기 사용으로 유혈사태 우려… EU, 루카셴코 제재안 긴급합의

사복경찰과 맞닥뜨린 할머니 시위대 12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할머니들은 시위대 편’이라고 쓴 푯말과 꽃을 들고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에 참여한 여성 노인들이 경찰관과 충돌하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는 앞으로 총기류 등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하겠다고 예고해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민스크=AP 뉴시스
사복경찰과 맞닥뜨린 할머니 시위대 12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할머니들은 시위대 편’이라고 쓴 푯말과 꽃을 들고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에 참여한 여성 노인들이 경찰관과 충돌하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는 앞으로 총기류 등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하겠다고 예고해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민스크=AP 뉴시스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으로 혼란에 빠진 동유럽 벨라루스에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6)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총기 등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내무부 겐나디 카자케비치 제1차관은 12일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점점 폭력화되고 있어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경찰에 시위 현장에서 치명적인 무기(lethal weapon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치명적인 무기로 ‘군무기(military weapons)’와 ‘특수장비(special equipment)’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시위대에 총기 사용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9월 말 대통령 관저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자동소총을 들고 나와 강력하게 진압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벨라루스 당국은 지금까지는 시위 진압에 물대포를 중심으로 최루탄, 고무탄, 섬광수류탄 등을 사용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이 다쳤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유럽연합(EU)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27개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한 벨라루스 정부 관계자 40명에 대한 EU 내 자산 동결과 입국 제한 등의 제재에 합의했다. EU는 “평화적인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벨라루스#시위진압#경찰#무기 허용#eu#루카셴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