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BTS 수상소감마저 시비 거는 中의 오만과 패권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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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은 7일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며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양국’이라는 단어 사용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며 불매운동까지 부추기는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중국 정부도 끼어들어 판을 키웠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제 “BTS 문제에 관한 보도 및 누리꾼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누리꾼이 먼저 나선 뒤 관영 매체들이 보도하고 정부가 물밑에서 조종하는 전형적인 여론 공작의 순서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불매운동 직후 우리 기업들은 곧바로 BTS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부터 내렸다. 3년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얼마나 집요하고 잔인하게 이어졌는지에 대한 학습효과다.

이번 BTS 공격은 앞뒤 맥락 없이 행패를 부리는 중국 누리꾼들의 디지털 시대 인해전술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갈수록 커지는 중국 민족주의 기류로 외국 기업들이 직면한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들이 마주칠 수 있는 ‘정치적 지뢰’로 평가하는 등 부정적 세계 여론이 확산되자 환추시보 홈페이지에선 관련 기사가 하루 만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6·25전쟁을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규정하는 중국은 북한의 남침 사실은 외면해 왔다. 사드 보복도 핵위협 원인인 북한 대신 피해자인 한국만 겨냥한 것이다. 이번 BTS 공격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 의도는 분명하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편을 들라는 것이다. 미국의 반중(反中)전선 확대를 막기 위해선 그 어떤 무리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시진핑 집권 이후 역사 미화가 심화되면서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이젠 9억 명이 넘는 누리꾼을 동원해 상대국 기업과 정부를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데, 그런 오만한 행태로는 결코 국제사회의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수상소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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