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돌출발언… 美中 갈등속 외교 악재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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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국감서 한미동맹 강조하다 “우리가 동맹선택” 불필요한 언급
전문가 “美외교가서 배척될 우려”
이수혁 대사 “美도 종전선언 공감대”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모니터 가운데)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주미국,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국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해외 공관과 화상 연결로 국감을 진행한 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모니터 가운데)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주미국,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국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해외 공관과 화상 연결로 국감을 진행한 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동맹 관련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던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가 12일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국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동맹)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면서다. 미중이 극한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미 대사가 불필요한 공개 발언으로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사는 외교통상부 차관보,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을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민주당 의원을 하다 2019년 주미 대사에 발탁됐다.

이 대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미 한국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미동맹도 굳건한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동맹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익에 부합할 때 한미동맹도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자칫 6·25전쟁 등 한미동맹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고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사는 “(2000년 한중) 마늘 파동 때 봤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 얼마나 후과가 컸느냐.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응(보복) 같은 일이 똑같이 생겨서야 되겠느냐”며 “경제 문제 때문에 중국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은 경험칙”이라고 말했다. “사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느 것은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그는 “한국은 당연히 중국과의 경제를 중요시해야 한다. 지금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보다 두 배가 많다”며 “(미국 고위층에) ‘내가 중국의 경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불편하냐’고 물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달 “안보는 한미동맹에 기대고 있고 경제협력은 중국에 기대고 있다”고 했고, 6월에는 “우리가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오해가 생겼다면 부덕의 소치”라며 해명을 하다가 다시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에 대해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 대사의 발언은 외교적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이번 발언으로) 이 대사가 미국 현지 외교가에서 배척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오히려 우리 국익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전략을 추진하는 우리 외교 방향과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잇따라 강조한 종전선언에 대해 이 대사는 “종전선언은 법률적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 아닌 정치적 선언”이라며 “미국도 종전선언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법률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엔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 정전협정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비핵화 프로세스의 문을 여는 정치적 합의를 남북한, 미국 또는 중국이 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그걸 (미국이) 거부하겠는가”라고 했다. 이같이 판단한 근거를 묻는 질의에 이 대사는 “미국 고위 관료와의 접촉에서 나온 얘기”라며 “미국은 북한만 (종전선언에) 동의한다면 아무런 이견이 없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최지선 기자
#이수혁 대사#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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