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도 “베를린 소녀상 철거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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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외교전에 철거위기 몰리자 설치단체, 우호 여론 만들기 돌입
청원사이트에 3000명 서명 동참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키로

철거 위기에 놓인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법적 절차가 시작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사진) 부부를 비롯한 현지인들도 소녀상 철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12일(현지 시간) “소녀상 철거를 막기 위해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철거명령을 내린 미테구(區)에도 동시에 행정 이의 신청을 하기로 했다.

소녀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미테구의 허가를 얻어 지난달 25일 설치됐다. 하지만 미테구는 7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을 14일까지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며 기한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일본 정부의 집요한 철거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본안 소송을 거쳐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통상 1년 정도 걸리는 소송 기간 동안 소녀상을 철거할 수 없다. 가처분이 기각되더라도 항고할 수 있어 당분간 소녀상은 현 위치에 계속 존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협의회 측은 법리 싸움으로 번지면 승소를 장담할 수 없어 독일 내 여론전을 통해 소녀상을 지켜낼 방침이다.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독일 시민들과 함께 13일 정오 미테구 자치정부청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열고 자치정부 의원들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시민들에게는 철거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철거 반대 청원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3000여 명이 서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 부인인 김소연 씨는 11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에 “남편과 함께 미테구에 철거명령 철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일본 정부가 잔인한 전쟁 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독일은 나치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다.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평화의 소녀상#독일 베를린#슈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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