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대본-포스터 총망라… 인천 연극 20년사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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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前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1974년 극단 ‘고향’ 연출부 입단
‘소극장 운동’ 주도한 연극계 대모… ‘교육연극’ 국내 보급해 상 받기도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20년간 겪은 인천 연극사를 ‘연극 vs 교육연극’이란 책으로 정리한 연출가 박은희 씨. 그는 1970년대 소극장 운동에 나섰던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박은희 씨 제공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20년간 겪은 인천 연극사를 ‘연극 vs 교육연극’이란 책으로 정리한 연출가 박은희 씨. 그는 1970년대 소극장 운동에 나섰던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박은희 씨 제공
“인천 최초의 살롱형 소극장인 ‘까페 떼아뜨르 깐느’가 1974년 애관극장 입구에 있던 건물 2층에서 개관했지요. 당시 소극장 무대에 올렸던 연극 ‘늦가을의 황혼’이란 작품을 연출했었는데, 엊그제 같네요.”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던 연출가 박은희 씨(67)가 1일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자신이 겪은 인천 연극계 이야기를 ‘연극 vs 교육연극’이란 책으로 펴냈다.

박 씨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 때인 1974년 극단 ‘고향’의 연출부에 입단했고, ‘소극장 운동’을 주도하던 서울의 ‘3·1로 창고극장’ 개관 멤버로 참여한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신촌비둘기’ ‘오장군의 발톱’ ‘불’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고, 뉴욕대(NYU)에서 전공한 ‘교육연극’을 국내에 보급해 2009년 한국여성연극인협회로부터 ‘올빛상-올올이 빛나는 여성 연극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단 ‘고향’은 서울 대학로 소극장 등지에서 꾸준히 공연물을 선보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의 인천 무대에 올려졌던 연극 작품 포스터. 박은희 씨 제공
2000년대 중반의 인천 무대에 올려졌던 연극 작품 포스터. 박은희 씨 제공
박 씨는 ‘연극 vs 교육연극’에서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과 시민교육연극센터 대표, 소래아트센터 관장을 지냈던 20년가량의 인천 연극사를 정리했다. 먼저 자신이 각색하거나 연출했던 국립극단의 ‘광대들의 비나리’, 인천시립극단의 ‘월미도 갈매기’, 인천연극사랑모임의 창단 기념극 ‘반품’ 등의 공연 일시와 장소, 포스터를 105쪽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그는 2001년 4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인천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던 인천시립극단의 제30회 정기공연 ‘마르지 않는 샘물’이란 작품의 작가노트에서 “지치고 고단한 낯선 이방인들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풀며, 그래서 샘물이 솟아나듯 자자손손 번영하는 곳, 내 고향이 그런 곳이라면 위로가 될 것이다”라고 썼다. 자신의 고향인 인천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연출한 의도가 엿보였다.

2003년 11월 인천문예회관 소공연장의 ‘반품’이란 공연에선 당시 인천시장(안상수)이 멋진 중년 남성 역할의 카메오로 특별 출연한 사실을 포스터, 출연진 사진과 함께 기록해 두었다. 인천시립극단 최초로 시작했던 수요일 상설 공연 ‘해설이 있는 무대’ 10여 개 작품의 포스터도 감상할 수 있다.

또 박 씨가 연출한 ‘불’ ‘거울보기’ ‘뉴욕 스토리’ 등 8개 작품의 희곡 대본을 원본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연극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융합 연극, 실험적인 작품, 시민 연극 등 장르별로 나눠 대본을 정리해 보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천의 첫 소극장인 까페 떼아뜨르 깐느의 운영자였던 인천 출신 연극인 이우용 씨를 수소문해 지역 일간지와 인터뷰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이 인터뷰 기사와 함께 까페 떼아뜨르 깐느와 얽힌 사연을 전한 박 씨의 신문 기고문을 볼 수 있다. 박 씨는 “인천 중구 용동 239번지에 있던 카페 떼아트르 깐느를 찾아가 보았다”며 “신포시장 건너편 길가의 낡은 건물 2층 기원이 바로 그곳인데, 흐르는 물처럼 옛 얘기는 흘러가지만 터는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연극#2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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