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개 편백체험” 6만명 찾고… “농장 카페” 매출 2배 넘게 뛰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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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 <2> ‘6차 산업’으로 날개단 농촌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나무 숲속에서 ‘백련동편백농원’을 운영하는 김진환 팀장이 농원에서 제작한 편백나무 도마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왼쪽 사진). 경남 거창군 ‘이수미팜베리’ 이수미 대표가 직접 재배한 산양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들은 농산물 생산(1차)과 제조·가공(2차)에 체험·관광(3차)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6차 산업’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이수미팜베리 제공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나무 숲속에서 ‘백련동편백농원’을 운영하는 김진환 팀장이 농원에서 제작한 편백나무 도마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왼쪽 사진). 경남 거창군 ‘이수미팜베리’ 이수미 대표가 직접 재배한 산양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들은 농산물 생산(1차)과 제조·가공(2차)에 체험·관광(3차)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6차 산업’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이수미팜베리 제공
12일 오후 전남 장성군 축령산 기슭에 위치한 백련동편백농원. 1만2000m² 규모로 드넓게 펼쳐진 편백나무 숲 옆으로 체험 학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양옆이 뻥 뚫린 학습장에 들어서니 산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왔고 숲속 새소리와 시냇물 소리가 울려 퍼졌다.

“펼쳐 놓은 흙 위에 편백나무 묘목을 올려서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볼게요.” 학습장에선 동네 주민 이미자 씨(53)가 인근 복지센터에서 온 학생들에게 편백나무로 반려식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5년 전 귀농한 이 씨는 이 농원의 파트타임 체험 강사로 일하고 있다.

체험 강의가 진행되는 1시간 내내 학생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이유경 복지센터 교사는 “좁은 교실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비누, 화장품 만들기 같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어 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 편백 체험으로 한 해 6만 명 방문


백련동편백농원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김진환 팀장(34)까지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농원이다. 아버지 때까진 편백나무 묘목을 팔거나 편백 제품을 파는 데 주력했지만 2012년 경영을 이어받은 김 팀장은 편백을 활용한 각종 체험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나온 것이 편백 숲길 걷기, 직접 기른 농작물로 요리하기, 천연 염색하기, 아토피 치료하기와 같은 30여 개 체험 활동 프로그램이다. 지역 주민 30명을 체험 강사로 채용했고 농원 내 식당과 체험 학습장도 따로 만들었다.

체험 프로그램이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편백농원을 찾은 방문객이 6만 명에 이른다. 작년 연매출 8억 원 가운데 절반을 체험 프로그램에서 올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월 방문객이 한때 400명대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다시 2000명을 넘어섰다. 김 팀장은 “생산, 유통, 체험 등으로 수입원을 다양화하니 코로나19 타격을 받아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편백농원처럼 농산물을 생산(1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가공(2차)에 체험·관광(3차)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업인이 늘고 있다. 정부도 이를 ‘6차 산업’으로 규정하고 인증 사업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차 산업 인증을 받은 사업자는 2015년 802곳에서 지난해 1624곳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6차 산업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지난해 농촌을 찾는 관광객(1307만 명)은 1년 전보다 70만 명 증가했다. 농촌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농업을 미래 유망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6차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 직접 기른 농산물 활용한 카페로 코로나도 극복


경남 거창군에서 이수미팜베리를 운영하는 이수미 대표(50)는 28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산딸기 블루베리 복분자 등을 가꾸는 농장을 열었다. 하지만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인건비 부담이 컸다. 농장 운영이 어려움에 처하자 이 대표는 2012년 농장 체험에 이어 2017년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발을 넓혔다.

이곳에 문을 연 카페와 레스토랑에선 농장에서 직접 기른 과일, 채소를 활용해 스무디, 젤라토, 빵, 돈가스 등 20가지 메뉴를 팔고 있다.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500여 명의 손님이 찾는다. 수확철엔 복분자 등을 직접 따보는 농장 체험, 교육 활동도 진행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지난해 2000만 원 수준이던 월매출이 5000만 원대로 오히려 늘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갑갑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농촌을 더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캠핑장-체험농원 결합한 ‘체류형 관광’


하마팜은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1만 m² 규모의 캠핑장 겸 체험관광농원이다. 김기태 대표(39)는 캠핑장과 사과농원, 양계장을 연계해 하마팜을 열었다. 이곳을 찾은 이용객은 캠핑장에 머물면서 사과 따기, 양계장 계란 줍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카페에선 직접 기른 사과를 재료로 한 애플파이와 사과주스를 판매한다. 인근 지역의 다른 농장과 손잡고 ‘나만의 우유 만들기 체험’ ‘블루베리 빙수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하마팜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었다. 10월 예정된 사과 수확 체험은 이미 30% 넘게 예약이 찼다. 김 대표는 “작년보다 예약 속도가 한 달가량 빠르다”며 “코로나19 이후 한적한 농촌 캠핑장에서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 모델이 빛을 보고 있다”고 했다.

장성=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백련동편백농원#이수미팜베리#농촌 6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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